'Y K 배후설' 靑 행정관 사표...당청, 기강 해이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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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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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배후 발설 의혹 靑행정관, 보도 하루만에 면직처리;"김무성, 유승민 문건유출자로 지목"…청와대발 문건파동에 당청관계 긴장

[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한 내부 조사를 담당해왔던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항명 사퇴' 논란이 채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이번엔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이번 문건 논란의 배후로 '탈박(脫박근혜)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지목했다는 주장이 14일 제기됐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유출 사건의 배후를 발설해 논란이 된 음종환 청와대 홍보수석실 선임행정관이 14일 오후 사표를 제출했다.   ©뉴시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청와대 홍보수석실 음종환 선임행정관(2급)이 이날 오후 사표를 전격 제출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음 행정관은 최근 자신이 했다고 보도된 발언과 관련해 본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그러나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책임을 지고 오늘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며 곧 음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면직 처리할 예정이라고 민 대변인은 덧붙였다.

이같은 논란의 시작은 지난 12일 김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수첩을 보는 모습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당시 김 대표의 수첩에는 '문건 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니셜의 주인공에 대해 설이 분분하다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출신인 이준석씨가 최근 술자리에서 음 행정관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지목해 문건배후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장했으나 음 행정관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2015년 첫 본회의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관계자로부터 온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안건 처리 도중 지난 5일 회의때 수첩에 작성한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살펴보다가 한 사진기자에게 이 모습을 찍혔고, 보도된 내용을 관계자가 문자로 보내준걸로 파악됐다. 2015.01.12.   ©뉴시스

이날 이 전 비대위원에 따르면 해당 발언을 음 행정관으로부터 들은 것은 지난해 12월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점에서다. 당시 음 행정관은 이동빈 청와대 제2부속실 비서관,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손수조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 등과 이곳에서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음 행정관은 이 전 비대위원이 이 자리에 도착한 직후 "요새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로부터 지령받나"라는 말을 시작으로 이 전 비대위원과 여타 정치평론가들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속 등장한 소위 '십상시'와 관련해 종합편성채널에서 논평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음 행정관이 이 전 비대위원에게 "팩트(사실)가 아닌 얘기하지 말라"고 하자 이 전 비대위원은 "신문에 나온 이야기로 논평할 뿐이다. 그렇다면 팩트를 달라"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음 행정관이 김 대표의 수첩 메모에서 논란이 된 "문건 파동 배후는 김무성, 유승민"라는 언급을 했다는 게 이 전 비대위원의 설명이다. 또한 김 대표가 적은 메모 속 'K'와 'Y'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이니셜이라고 했다. 다만 해당 메모에서 이어진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단호한 문구는 다른 이야기와 섞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 전 비대위원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당시 동석했던 손 당협위원장은 이후 김 대표가 발언 확인을 요청했으나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01.14.   ©뉴시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거론된 인사들은 불쾌해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런 음해를 당한 것도 사실 기가 막히다"고 말했으며 유 의원은 전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너무나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문건 유출 파문을 사과한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완전히 털고 가려던 차에 이번 일로 다시금 문건 파동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논란과 김 전 수석의 항명 파문에 이은 이번 사건으로 자칫 공직기강 해이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을 우려한 것. 관련보도 하루만에 속전속결로 음 행정관을 경질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음 행정관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당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맞지만 그 배후로 김 대표와 유 의원을 지목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며 "(이 비대위원과 회식 당시) 검찰 조사에서도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구속시키지 못하고 있을 때였는데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만일 음 행정관이 K와 Y의 주인공으로 김 대표와 유 의원을 지목한 것이 사실이라면 문건 유출 파문을 여권 내부에서 벌어진 권력 암투의 결과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그동안 "당청은 한 몸"이라며 한껏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며 노력한 상황과 달리 이번 사태로 당청 간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그동안 누적돼왔던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등 여권 내 갈등이 한층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청와대 #문건유출 #김무성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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