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學] '타자담론' 상징적 인물 레비나스와 본회퍼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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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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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직신학회 제56차 신진학자 학술발표회서 이상철 박사 발표

[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한국조직신학회 제56차 신진학자 학술발표회 및 신년감사예배가 지난 1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백주년기념관 영성훈련실에서 개최된 가운데, 기독일보는 이날 소개된 연구 논문 중 이상철 박사의 '타자의 신학: 레비나스의 신 담론에 대한 기독교 신학적 시선, 그리고 성찰'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한신대학교 이상철 박사   ©자료사진

이날 이상철 박사는 논문에서 레비나스의 신 인식으로 그리스도교 신학과 접목시키며 디트리히 본회퍼를 초대했다.

그는 "현대 사상을 대표하는 여러 개념어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단어가 타자가 아닐까 싶다. '타자(他者)'에 대한 논의가 부쩍 늘어나게 된 이유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신자유주의의 영향 때문이다. 매일 매일 이방인들이 우리들에게 흘러 들어오고, 우리 역시 어느 지역으로 타자가 되어 흘러간다"며 "타자해석에 대한 새로운 요청이 넘쳐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타자담론의 상징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유대계 철학자' 엠마누엘 레비나스와 예수 그리스도를 '타자를 위한 존재'라 주장했던 '개신교 신학자' 본회퍼와의 대화를 통해 그리스도교 신학의 테두리 안에서 '타자의 신학'을 어떻게 정초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것이다"고 논문의 목적을 밝혔다.

이어 엠마누엘 레비나스를 소개하며 "그는 본인의 윤리학을 '타자의 윤리학'이라 칭하면서 윤리를 제1철학의 위치로까지 상승시킨 인물로서, 타자성의 철학 전개에 있어 상징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학자이다. 하지만 레비나스의 타자의 윤리학은 그의 신 이해를 경유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는 지점에 위치한다"며 전반부는 레비나스의 사상 중 신 담론에 초점을 맞춰 글을 전개했다.

후반부는 본회퍼외 레비나스의 사상을 비교했다. 본회퍼의 '대리' 사상을 소개하며 그는 "본회퍼는 책임이 대리행위를 근거로 생겨난다고 보았다"며 '그리스도의 대리'에 대한 중요한 서술이라며 본회퍼의 글을 소개했다.

▲디트리히 본회퍼(D. Bonhoeffer, 1906-45)

이상철 박사는 "신은 기존의 고립적인 공간에서가 아니라, 세상과 타자를 위해 자기를 개방할 때 비로소 신의 신다움이 정립된다"며 "이렇든 '타자를 위한 존재'로 특징지어지는 본회퍼의 그리스도론은 그의 교회론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이어 레비나스의 '대속' 개념을 소개하며 "소르본대학에서 행하여진 마지막 학기 강연(1976)에서 레비나스는 대속을 타자에 대한 책임과 연결시키면서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며 레비나스의 글을 인용했다.

이상철 박사는 "위의 인용문 마지막 구절인 '대속은 존재와 달리 머문다'가 레비나스의 대속사상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서구 철학은 존재자의 존재에 방점이 있었던 까닭에, 존재를 중심으로 사물의 질서들이 배열되어 있었던 까닭에, 타자의 타자성 역시 존재에 의해 파악가능하고 예측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지점에 놓여 있어야 했다"며 "레비나스는 대속을 설명하면서 단호하게 그 원칙을 거부한다. 바로 이 점이 레비나스가 지닌 대속사상의 흥미로운 점이다"고 대속을 흔적과 수동성으로 연결시킨 레비나스의 글을 인용했다.

▲엠마누엘 레비나스   ©알라딘 블로그

"따라서 타자들을 위하는 책임은 결코 이타적 의지, '자연적 자비'의 본능 또는 사랑을 의미할 수 없다. 태만함이 없다면 타자의 지정을 회피할 수 없이 어떤 참조체계를 사용함이 없.는 유일한 것으로 정체성이 개별화되는 것은 육화된 사로잡힘의 수동성에서이다. 자신의 표상은 그것을 이미 자신의 흔적 속에서 파악한다. 한 사람의 면제, 그것은 도피도 아니고 추상도 아니다. 모두의 기소 아래 있는 모두를 위한 책임은 대속에로까지 가기 때문에 전체성 속에 단순히 응집해 있는 것보다 더 구체적인 구체성이다. 주체는 인질이다." - 레비나스, '존재와 다르게 본질 저편에'

이상철 박사는 "위의 인용문에서 레비나스는 대속을 언급하면서 '모두를 위한 책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 말은 자칫 '대리적 죽음'이 놓칠 수 있는 모든 사람 그리고 모든 사물에 대한 '대속적 책임'을 강조하는 말이다"며 "조르조 아감벤이 말하는 '호모사케르'는 이러한 21세기의 타자의 현상학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호모 사케르는 직역하면 '성스러운 인간'이겠지만 반어적 의미로 쓰인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불결한 자, 셈하여지지 않는 자, 사회에서 없어도 되는 사람들, 체제가 밀어낸 자들, 체제 밖에서 떠도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비나스의 대속 개념이 말하는 '모두를 위한 책임'에서 '모두'는 지금 우리에게 '호모사케르', 즉 타자의 얼굴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을 레비나스는 굳이 십자가 상에서 이루어진 대속사건가 연결시키지는 않는다"며 "신은 타자의 얼굴을 통해 현현하였고 타자를 통해 흔적을 남겼으며, 그 현현과 흔적은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수동성이다. 이런 이유로 주체인 나는 타자의 포로가 되는 것이고 타자의 포로가 된 나는 그 타자성을 주체성의 조건으로 삼는 내가 되어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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