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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계적 학습'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비판한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홈페이지 기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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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학부모들의 극성스런 교육열과 국민들의 근면성을 바탕으로 이룩한 '경제 기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대변되는 '기계적 학습' 위주의 교육제도를 타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 '한국의 입시:한방으로 결판나는 사회(Exam in South Korea:The one-shot society)'라는 제목의 크리스마스 특집 기사에서 한국 교육의 성과를 분석한 뒤 현행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코너미스트는 먼저 수험생을 위해 비행이 금지되고 출근시간 늦춰지는 등 모든 것이 멈춰지는 수능 시험 당일의 기괴한 현상을 거론하며 "학생들이 치르는 다지선다형 시험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꼬집었다.
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공무원 또는 재벌기업 간부로서 평생 직업을 보장하는 일류대학에 들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수준이 낮은 대학에 가거나 아예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는 것.
이 잡지는 "상류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숙제를 하도록 채근하고 이러한 교육열은 한국의 교육적 성과를 세계가 선망하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한국의 높은 교육 수준과 근면성은 경제 기적의 원동력이 됐다며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은 6.2%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등 교육제도는 유익한 결과를 낳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엄청난 대가도 따른다며 잡지는 일침을 가했다.
지옥이 돼 버린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벨이 울리자마자 식당으로 달려가 점심을 늑대처럼 빨리 먹어치운 뒤 소중한 자유시간을 이용해 공을 찰 때가 그나마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모두가 대학에 가다 보니 25~34세 한국인 가운데 대졸자가 63%에 이르고 서울의 경우 가구 소득의 16%를 사교육에 지출하지만 갈수록 대졸 취업률은 낮아지고 있다.
특히 잡지는 "자녀를 교육시키기가 벅차기 때문에 젊은 여성들은 장차 국가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의 원천인 자녀를 낳지 않고 있다"며 "1960년대에 여성 1인당 6명을 낳았던 것이 2009년에는 1.15명으로 지구상 어떤 국가보다도 출생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들이 몇년 동안 휴직하면 이들의 복직을 환영할 한국의 기업은 많지 않고, 간혹 복직하더라도 융통성 없는 장시간 근무라는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한국의 엄마들은 자녀의 학업 성적을 우수하게 만들 책임을 대부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과 아이를 키우는 것을 양립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한국의 경제 번영은 근면성, 노동연령층이 가장 큰 인구 비중을 차지하는 1970~1990년의 인구구조, 선진국을 따라잡을 풍부한 기회 위에 건설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부국에 속하게 됐고 이상 다른 국가들을 모방하는 식으로 고속성장을 도모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고령화로 인해 역동성이 줄어든 인구 구조와 사고력 보다 기계적 학습을 중시하는 교육제도로는 창의적인 국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해결책으로 "10대의 어린 나이에 단 한번의 시험에 의해 인생의 성패가 결정되는 사회에서 한국인들은 잠재력을 십분 발휘할 수 없다"면서 "한국이 기적의 나라로 남아 있으려면 긴장을 풀고 성공으로 갈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