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서 이집트 콥트교인 13명 납치당해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목격자, "집집마다 돌며 기독교인만 끌고가"
▲2014년 4월 17일 촬영된 사진으로 이집트 카이로의 한 콥트교회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는 여성 교인들. ⓒ신화/뉴시스.

[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리비아에서 중부 도시 시르테에서 3일(현지시간) 13명의 이집트 콥트교인들이 무장한 괴한들에 납치당했다고 이집트 국영 뉴스 통신사 MENA가 보도했다. 앞서 7명이 납치당한 것까지 합하면 지금껏 20명의 콥트교인들이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부 장관은 납치가 발생한 당일 콥트교회 지도자들과 만나 위기 대처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돌아갔다고 MENA는 전했다.

이집트의 기독교 인권 운동가인 마그디 말릭은 이번 납치 과정에서 복면을 한 괴한들이 시르테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주택을 돌아다니며 신분을 확인한 뒤 콥트교인들만을 골라 끌고 간 것으로 밝혀졌다고 소개했다.

목격자인 한나 아지즈 역시 AP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증언을 했다. 그는 괴한들이 무슬림과 기독교인을 구분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신분 증명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15명 정도 되는 복면한 남자들이 차량 4대를 나눠 타고 왔다"며, "그들은 기독교인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를 갖고 잇었고 신분 증명서를 확인한 뒤 무슬림들은 제외시킨 다음 기독교인들을 붙잡았다. 친한 이웃들이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지만 이들은 곧 총으로 제압당했다. 그러고 나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지즈 역시 콥트교인이지만 괴한들이 그의 집에 들이닥치기 전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리비아는 이집트가 지지하는 정부군과 트리폴리를 거점으로 삼고 있는 반정부군 간의 내전이 지속되고 있으며 반정부군의 핵심 세력 이슬람주의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리비아에는 일자리를 찾기 위한 수천 명의 이집트인들이 거부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콥트교인들이다. 내전 발발 이래로 콥트교인들은 반정부군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앞서 지난해 2월에는 리비아 동부에서는 납치당한 7명의 이집트 콥트교인들이 모두 총살당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어 작년 12월에는 콥트교인인 의사와 아내, 딸이 집에서 살해당하는 사건 역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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