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교회 10곳 中 9곳은 '미자립교회'…교인 노령화도 '심각'

27년에 비해 섬교회 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홍도 마을 전경. 오른쪽 빨간 지붕 건물이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위치한 홍도남부교회다.   ©한국섬선교회

[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국내 유인도의 약 63%만이 교회가 있으며, 이 중 88%는 미자립교회로 조사돼 섬선교가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자립교회 비율은 1987년 약 30%, 1997년 약 50%에서 계속 증가해 지금은 열 중 아홉 곳은 미자립교회였다.

한국섬선교회(회장 최종민 목사)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서 우리나라 섬 3,144개 중 유인도는 398개이며, 이 중 교회가 있는 도서는 252개였다. 섬교회 수는 총 544개로 도서 한 곳에 평균 2.1개의 교회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종민 회장은 섬선교의 열악한 현실의 주요 원인으로 인구 감소를 꼽았다. 그는 "선교회가 설립된 1987년에 비해 섬교회 수가 10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자녀 교육, 가난, 결혼 등을 이유로 섬인구가 육지로 계속 이주하면서 교회 수도 함께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낙후된 도서지역의 젊은이들은 미래를 찾아 육지로 떠나고, 관광산업, 어업, 양식업 등이 발달해 잘사는 도서지역도 젊은이들이 주말에 일하면서 교인 노령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외진 섬 중 하나인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태도'(상태도·중태도·하태도)는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섬이다. 15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하태도의 하태도교회(담임 박칠국 목사)는 전 교인 10여 명의 평균연령이 70세 이상이다. 하태도교회 최유미 사모(61)는 "12년 전 처음 왔을 땐 할머니 6명이 전 교인이었고, 전도해서 20명까지 늘었다가 도시로 떠나거나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교인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1년에 한 사람 전도되면 한 사람이 부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광산업이 발달한 홍도의 홍도남부교회 역시 15명 교인 모두 70~80대다. 54년 역사의 홍도남부교회에서 벌써 30년째 목회하는 장세창 목사(64)는 "연로하신 분들은 돌아가시고, 육지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젊은이들은 주말에 관광객들을 맞으며 생활에 쫓기다 보니 교회에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서지역의 생활 기반 부족, 노령화 현상은 섬교회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면서 섬교회 목회자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종민 목사는 "큰 교단은 그나마 노회에서 지원금이 일부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나머지 섬교회 목회자들은 헌금만으로 생활이 턱없이 힘들다"며 "그럼에도 소외된 지역을 섬기는데 의미를 두고 애쓰는 목회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섬선교회는 섬교회와 육지교회의 결연 캠페인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지만, 과거에 비해 섬교회 후원이 확연히 줄었다. 최 목사는 "국외선교에 대한 관심과 기준이 높다 보니, 섬교회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진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홍도남부교회는 소속 노회와 부산 수영로교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 장세창 목사는 "수영로교회의 한 집사님이 홍도에 관광하러 왔다가 교회 주보를 가져가신 모양"이라며 "그 후 연락이 와서 3년째 도움받고 있다. 그래도 홍도는 다른 열악한 도서에 비하면 환경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태도교회는 20여만 원의 노회 지원금이 외부 지원금의 전부다. 최유미 사모는 "우리가 오기 전에는 여러 교회의 후원을 받다가 도시교회들도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후원이 다 끊어졌다"며 "일 년에 절반 이상은 바람과 파도가 심해 농사도 지을 수 없어 가끔 조개도 캐고 낚시도 하면서, 하나님이 은혜 가운데 주시는 대로 먹고산다"고 말했다. 지은 지 100년이 넘는 사택에서 머무는 이들은 비가 새는 지붕을 몇 년 전 양철로 바꿨다. 비 피해는 면했지만, 또 다른 기도 제목이 생겼다. 최유미 사모는 "사는 것은 조금 없으면 어떠냐"며 "쥐만 안 들어오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섬교회의 어려움으로 우상숭배 문화, 교인 자녀들의 결혼 문제 등을 언급했다. 최유미 사모는 "처음 부임했을 때, 교회가 집회를 열면 주민들은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등 영적으로 치열했다"고 말했다. 그는 "3년간 물 한 컵도 주지 않던 주민들이 목욕봉사, 염색봉사, 칼국수 대접도 하고, 할머니들이 딴 미역을 대신 팔아주기도 하면서 섬기자 변화됐다"며 "지금은 믿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교회를 찾아올 정도로 마을과 연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도남부교회 측은 "다른 문제보다 교인 자녀 중에 결혼이 시급한 노총각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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