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친박 중진들과 송년회를 가졌다. 7.14 전당대회를 비주류에 내줌으로써 패배한 친박계가 송년회와 박 대통령과의 만찬을 계기로 김무성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분석이다.
30일 여권인사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당선 2주년을 맞아 이날 친박계 핵심인사들로 분류되는 3선 이상의 중진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갑윤, 유기준, 김태환, 서상기, 안홍준 의원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했다.
이 회동의 참석자는 이른바 원조 친박인사들인데 일부 의원은 해외 출장 사유로 참석하지 못했으며, 원조 친박계이지만 로열티가 떨어지거나 사실상 친박계를 떠난 일부는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는 회동사실 자체를 30일 일부 언론보도 전까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친박 중진 7인의 만찬은 문건유출이 정국을 강타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0% 아래로 하락, 국정동력이 상당부분 떨어진 가운데 김 대표의 새누리당 당권장악 이후 친박-비박계의 갈등이 서서히 점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다. 문건파동으로 국정이 흔들리고 내각과 청와대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가 터져나오는 민감한 시기에 박 대통령 핵심 친박중진만을 비공개로 청와대로 부른 것은 이후 여의도에서 뚜렷하게 감지되는 이른바 '친박 결집'의 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친박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 강화포럼은 30일 서울 여의도 모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송년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서는 김무성 대표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자리에선 최근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문제를 두고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간 설전을 벌였던 것을 감안한 듯 당 인사 문제에 대한 반발이 크게 터져 나왔다. 유기준 의원은 이날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에서의 득표율에 비해 대표가 혼자 전횡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윤상현 의원은 "의원들의 발언 요지는 이렇다. 지난 전당대회 때 당 대표 득표율은 29%인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모습은 92%인 '득템'"이라며 "당은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라고 했지 않나.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을 껴안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삐걱되는 당청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유기준 의원은 "당청 관계가 삐걱거리고 불협화음도 들린다. 여(與)도 아니고 야(野)도 아닌 이런 상태로 당을 이끌어가면 안 된다"며 "청와대와 당이 힘을 합쳐 경제 살리기 등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박대통령-친박' 대 '김무성-비주류'의 대결은 필연적 측면이었다는 지적이다. 향후 주요 이슈마다 양측은 갈등은 물론 권력투쟁까지 보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