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당사자인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구속되면서 한진그룹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30일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와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와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창립 45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물론 인하대학교 재단과 한진그룹 관련 계열사, 사업에 이르기까지 한진그룹에는 연말까지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조 전 부사장의 구속 결정에 대해 대한항공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회사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다.
조 전 부사장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한항공 보직 사퇴에 이어 지난 12일 인하대 재단인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직도 물러났다.
그는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 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 등 한진그룹 내 모든 보직을 내놨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의 대한항공과 다른 계열사 지분은 변동이 없다.
한진그룹의 2015년 정기 임원인사도 올스톱 상태다.
대한항공은 매년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해왔다. 그러나 올해 인사는 해를 넘겨 내년 1월 중순이나 말쯤 인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조직적 증거 인멸과 은폐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대한항공 여모 객실승무본부 상무까지 구속되면서 임원 인사를 내는 것은 무리인 상황이다.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들딸인 조원태 부사장이나 조현민 전무의 승진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태로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비난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의 구속으로 한진그룹의 후계구도도 안개 속에 빠졌다. '땅콩 회항' 사태는 한진그룹의 황제경영과 경영세습 논란으로 번졌다.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한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경영 구조가 '땅콩 회항'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진그룹은 내년 7월까지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8월 지주회사 한진칼을 출범시킨 뒤 계열사 간 순환출자 해소 등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완성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이 호텔·관광·서비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한항공,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진에어를 맡는 식의 후계구도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당분간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는 쉽지 않고 3세 경영승계 작업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내년 경영전략과 사업계획 수립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번 사태로 대한항공의 숙원 사업인 경복궁 옆 특급호텔 사업은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뉴욕의 한인단체들은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막대한 유무형 피해를 입었다. 인터넷 각종 게시판에는 대한항공의 이름을 '한진항공'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으로 추락한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경직된 조직체계를 유연하게 탈바꿈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이 한진그룹의 시급한 경영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