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는 26일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의혹을 받고 있는 LG전자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4시간여 동안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와 경남 창원 공장의 임직원 9명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노트북컴퓨터, 업무일지·메모지 등 각종 문건, 휴대전화 및 이메일 내역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은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조성진(58·HA사업본부장) 사장의 집무실은 제외됐지만, 유럽가전전시회(IFA) 가전전시회 행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거나 관련 내용을 알만한 HA사업본부, 홍보실 등을 중심으로 실시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대부분 LG측 관련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핵심 관련자가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가운데 우선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를 가릴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상 필요한 최소한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가전전시회(IFA 2014)기간 중 자사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혐의로 조성진 사장과 조한기 상무(세탁기연구소장), 임직원들을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LG전자 조 사장과 임직원들은 지난 9월 유럽 최대 양판점 자툰의 독일 베를린 유로파센터와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크리스탈 블루'의 도어를 훼손했다.
이와 별도로 독일 자툰 슈테글리츠 매장에서도 세탁기 3대가 파손된 사실이 추가로 발견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양복 차림의 동양인 남자 여러 명이 제품을 살펴보다가 그 중 1명이 세탁기를 파손시키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이 확인됐다. 삼성전자 측은 제품을 파손시킨 인물로 조 사장을 지목했다.
반면 LG전자는 "특정 회사의 제품을 파손시켜 그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당사 임직원들이 직접 그런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2일 "삼성전자가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 현물이 훼손된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며 삼성전자 임직원을 증거위조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맞고소했다.
검찰은 한 달여 동안 수차례 소환 통보에 불응한 조 사장에 대해 얼마 전 출국금지하는 한편, 별도로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빠른 시일내에 조 사장을 소환해 세탁기 파손 등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또 조한기 상무 등 나머지 임직원에 대해서도 피고소인 또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무리지었지만 압수물 분석결과를 검토한 후 필요에 따라 추가로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고소인, 현장 목격자 등 참고인, 일부 피의자들을 소환조사하고 관련 세탁기의 실물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며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범법사실이 확인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수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쟁사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주장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인 당사가 압수수색을 받게 돼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대외 신인도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다음달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행사 이전에는 사업 관련 일정으로 출석이 여의치 않아 조사 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검찰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