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영국성공회 최초로 여성 주교가 임명됐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성공회는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멘체스터 교구의 엘리자베스 레인(Elizabeth Lane, 48) 사제를 주교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레인 주교는 영국 여왕의 재가를 거쳐 향후 맨체스터 스톡포트 제8대 주교로 취임할 예정이다.
이미 미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지역에서는 여성 주교가 허용되어 왔지만 세계 성공회 본산인 영국성공회는 여성 주교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의 반대를 딛고 지난 7월에야 여성 주교와 관련한 교단법을 개정해 오늘에 이르렀다.
영국성공회는 1992년부터 여성에게 사제직을 허용해 왔으나 주교직에까지 여성을 임명하는 것을 두고는 보수주의자들과 개혁주의자들 간의 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이에 지난 2년 전 치러진 총회 투표에서는 여성 주교 허용안이 통과되지 못했지만 지난 7월 14일 재실시된 투표에서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어 마침내 여성이 주교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여성 주교 임명 허용을 지지해 왔던 영국성공회의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당시 "오늘은 20여년 전 여성 사제를 임명하면서부터 시작된 일들이 완성된 날"이라며, "매우 기쁜 결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첫 여성 주교가 된 레인 주교는 이날 "이날은 나와 교회에 뜻깊은 날이 되리라 믿는다"며, "스톡포트 교구에서 주교로 헌신하게 되어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여성 주교 문제는 동성애 문제와 함께 세계 성공회 교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양대 이슈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아프리카와 아시아 교구들에서는 아직 여성 사제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영국성공회의 여성 주교 탄생은 세계 성공회 본부에서 이뤄진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공회는 전 세계 38개 교구와 8천만 교인으로 이뤄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