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선교사의 생활과 사역에서 중요한 것은 '선교적 소명'입니다. 선교사로 나갈지, 계속 선교사역을 할지 결정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을 때 하나님의 부르심과 소명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주안대학원대학교 김종성 교수는 "선교사들이 복음을 온전히 전하려면 개인적인 동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과 소명을 분명히 받아야 한다"며 "일부 선교사의 불순한 동기로 말미암아 한국교회는 해외선교를 통해 부정적인 요소를 낳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 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선교타임즈 최신호에서 "최근 한국교회의 세계선교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그 위기감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현상학적, 존재론적, 신학적 영역에서 위기의 징후가 발견된다"고 말했다. 현상학적 측면으로는 교회 성장의 멈춤 혹은 감소, 교회 재정의 감소,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으로 인한 성도의 노년층 비율 집중 등이 나타났고, 존재론적 측면으로는 교회 본질을 온전히 인식하지 못한 교회의 기능이 상실되고, 이로 인해 성도들의 탈 기독교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신학적 측면으로는 과거의 삶보다 질적으로 성장한 지금, 기복 신앙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을 지적했다.
김종성 교수는 "이처럼 세 가지 측면에서 나타나는 한국교회의 어두운 현실은 세계선교를 낙관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한다"며 "선교 헌신자와 선교사들이 선교와 소명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한가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울의 부르심은 "사람에 의해, 사람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죽은 자 가운데서 그리스도를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로 말미암아 된 것(갈1:1)"이라며 선교사의 부르심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소명(calling)은 부름, 외침, 천직,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특히 허버트 케인은 부르심을 인식하는 시점을 몇 가지 과정과 단계 속에서 인지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허버트 케인(Hubert Kane)에 의하면 첫 번째 과정은 주로 지적인 생각과 관계된 '호기심', '관심', '이해'의 3단계이고, 두 번째 과정은 정적인 마음과 관계된 '확신', '신념', '서약'의 3단계, 세 번째 과정은 의지와 관계되는 '행동'이 수반된다고 봤다. 또 케인은 총 7단계 가운데 어느 부분에서건 부르심을 인식할 때 비로소 소명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성 교수는 "선교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단순히 경험을 쌓기 위해 떠나는 해외여행이나 타국 경험과도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자신의 시간, 생명, 건강뿐 아니라 결혼한 경우 가족들까지 자의든 타의든 모든 것을 주께 바치는 중대한 결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선교의 헌신과 결단이 반드시 분명한 소명 위에 세워져야 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한 선교부에서 사역할 때 많은 선교 헌신자를 만나며 대다수 헌신자의 수고와 땀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몇몇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소명감도 없이, 단순히 현실에서 도피하고, 자신의 이기적인 삶의 목적을 위해 선교라는 명분으로 해외에 살아가는 경우였다. 그는 "선교신학자 베르카일은 '현대선교신학개론'에서 선교의 불순한 동기를 제국주의적 동기, 문화적 동기, 상업적 동기, 교회 식민주의로 구분했다"며 "문화적 동기는 참된 성경적 동기의 자리를 자주 대신해 선교사의 문화 이식과 함께 있었고, 상업적 동기는 선교 확산의 부수적 동기와 입장이 됐으며, 교회 식민주의는 복음에 응한 원주민들에게 자신의 교회를 세울 자유를 부여하기보다 선교사가 일하는 원주민 교회에 심어버리는 강요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베르카일이 지적한 4가지 선교의 불순한 동기에 한국 상황에서 본 4가지 동기를 추가했다. ▲자녀들이 한국의 치열한 경쟁적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영어와 제2외국어를 어린 시절부터 배우게 하는 목적, 더 나아가 선교사 후보생의 학위 취득이나 공부를 위해 선교와 선교지를 선택하는 '교육적인 동기' ▲신학교 졸업 후 한국교회나 목회 현장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잠시 선교지를 다녀오는 '스펙 쌓기를 위한 동기' ▲한국에서 마땅한 임지가 없어 임지를 정할 때까지 취업 차원에서 해외에 머무르고자 하는 경우, 또 자비량 선교, BAM(Business as Mission)을 하지만 이면에 비즈니스 동기가 우선되는 '비즈니스적 동기' ▲한국 중대형교회서 부교역자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시 대안으로 선교를 선택하게 하여 한 텀을 지원하고 이후 지원을 중단하는 '유배적인 동기' 등이다.
김종성 교수는 또 불안정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교를 명분으로 내세워 외국에 나가는 '도피적인 동기'도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혼, 사업실패, 실연 등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할 목적으로 선교지로 가는 경우, 한국에서 교회개척의 실패나 기존 교회에서 목회 실패를 은폐하고자 선교지를 선택하는 경우 모두 온전한 선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삶이 상처로 얼룩진 사람 중 일부는 복음전파보다 선교지의 가난한 사람이나 어려운 사람을 통해 자신이 위로 받고자 노력하고 대리만족을 추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성 교수는 성경에 나오는 부르심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성도로서의 부르심으로, 하나님의 사랑(롬1:7)과 하나님의 은혜(갈1:6)로 부름 받았다는 확신이다. 두 번째 부르심은 하나님께서 성도들 가운데서 특별히 사도·교회 직분자로 부르신 것(엡4:11, 고전12:28)으로, 목사, 장로, 권사, 집사, 청년회 임원, 교회학교 교사, 성가대원 등으로의 부르심이다. 그리고 세 번째 부르심은 이들 가운데서 선교사로 헌신할 자를 부르신 것, 바로 '제3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스왈드 챔버스는 주님의 부르심이 특정한 몇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하지만 그는 부르심을 들은 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과 관계 속에서 성향이 바뀌고 귀가 열려, 아주 조용하고 작은 소리인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라는 주의 음성을 들은 자들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챔버스는 부르심을 '외적 부르심'과 '내적 순교'의 두 가지로 구분했다"며 "외적 부르심은 마태복음 4장 19절에서 베드로를 부르실 때 '나를 따라오라'는 부르심에 해당하며, 내적 부르심은 요한복음 20장 22절 '성령을 받으라'고 명하신 이후 21장 19절 다시 '나를 따르라'고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흔히 외적 부르심에 의존해서 외적 순교를 외치며 선교에 헌신한다"며 "그러나 선교사가 내적 부르심에 대한 확신을 가질 때 비로소 내적 순교를 외치며 선교 사역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또 부르심과 소명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검증이 쉽지 않지만 '타자에 의해 평가된 선교사의 자질, 헌신도, 사역의 방향, 선교사의 사고, 심리적 상태, 선교사의 영성 등'을 통해 '부르심에 대한 혼돈'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기에 선교에 헌신하고자 하는 이들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부르심과 소명에 대한 확인과 인도하심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