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대상포진 감염자 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1.5배 더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박영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입된 5,090만 명의 진료 기록 자료(2011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은 해마다 1,000명당 10.4명꼴로 대상포진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17일 밝혔다.
감염자 전체 숫자로 보면 매년 52만9,690명이 대상포진에 걸리는 셈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은 1,000명당 12.6명, 남성은 8.3명으로 여성이 1.5배 많았다.
논문에 따르면 최근 한국인의 1,000명당 연간 대상포진 감염자 수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미국·캐나다·유럽·남미·아시아·호주 등에서 조사된 대상포진 감염자는 연간 1,000명당 4∼4.5명이었다. 한국인이 최고 2.6배나 많이 감염되고 있는 것이다.
박 교수는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대상포진 치료비용이 4만5,000원으로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적다는 것도 대상포진 감염률이 높게 나온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고 추정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가장 많았는데 연간 환자수가 13만923명에 달했다. 이어 60대(9만4,439명), 40대(9,347명), 30대(6만4,693명) 순이었다.
청소년과 20대도 대상포진 감염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10대 미만 9,500명, 10대 2만2,362명, 20대 4만2,191명에 달했다.
성·연령별 특징을 보면 특히 50대 이상 여성의 경우 2011년 한 해 동안 33.8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해 남성(25.1회)보다 병원을 자주 찾았다.
박 교수는 "중·장년층에서 다발하는 것은 이 연령대가 스트레스를 가장 심하게 받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며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낮춰 잠복해 있던 대상포진 바이러스를 깨운 결과"라고 풀이했다.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에 대해서는 "대상포진을 가볍게 앓더라도 자신의 상태에 민감한 여성이 더 예민하게 반응한 결과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시·도 등 지역이나 계절에 따른 대상포진 발생률의 차이는 없었다. 체력이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여름과 겨울에 대상포진이 다발한다는 통설은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박 교수는 "전체 환자가 사계절(봄 24%, 여름 26%, 가을 25%, 겨울 25%)에 고르게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생기는 질환이며 계절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어릴 때 수두를 일으킨 뒤 무증상으로 신경 주위에 남아 있다가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지면 신경을 타고 나와 피부에 발진이 생기면서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대상포진에 감염된 후 치료를 소홀히 하면 발병 부위에 통증을 평생 안고 살아갈 수도 있어 치료 후 관리가 중요하다. 대상포진 백신을 맞는 것도 방법이다.
박 교수는 "50세 이후라면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며 "일단 백신을 맞으면 면역력이 3∼5년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KMS'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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