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계열사 합병, 사업 조정, 상장 등으로 속속 해체되고 있다.
특히 이달 18일 제일모직의 상장과 함께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순환출자 고리가 16년 만에 사라질 전망이다.
14일 재벌닷컴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분석한 결과,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지난해 4월 30개에서 올해 12월 현재 10개로 20개나 줄어들었다.
순환출자란 'A사 → B사 → C사 → A사' 등의 형태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말한다.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막대한 계열사 자산을 투자에 활용하기 보다는 계열사 지분 확보에 묶어두기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다.
삼성그룹은 지난 1년간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으로 10개 ▲삼성생명의 삼성물산 지분 처분으로 6개 ▲삼성카드의 제일모직 지분 처분으로 7개 등 총 2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줄였다.
반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을 올해 6월 삼성화재에 넘기면서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새로 생겨났다.
한편 이달 18일 제일모직 상장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대표하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 순환출자 고리도 사라지게 됐다.
삼성카드가 지난 1998년 제일모직(당시 삼성에버랜드) 지분 5%를 취득한 것을 계기로 대표적인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 하지만 제일모직 상장과 함께 삼성카드의 제일모직 지분 전량을 구주매출 형식으로 처분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도 끊어지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삼성카드를 매개로 형성된 ▲제일모직 → 삼성생명 → 삼성카드 → 제일모직 ▲제일모직 → 삼성생명 → 삼성화재 → 삼성물산 → 삼성전자 → 삼성카드 → 제일모직 ▲제일모직 → 삼성생명 → 삼성화재 →삼성전자 → 삼성카드 → 제일모직 등의 순환출자 고리도 모두 끊어지게 됐다.
이처럼 순환출자 고리가 줄어들면서 삼성그룹은 향후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의 출자관계 해소(금산분리),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사와 비금융사 계열사간 순환출자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19.34%),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2%),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1.09%)과 삼성물산 지분(4.65%) 등이 걸려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경우 보험업법 개정을 전제로 해결해야 하지만, 삼성전자가 그룹의 핵심 회사인 데다 주가도 매우 높아 지분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 대주주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보통주 기준)은 ▲이건희 회장 3.38%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0.7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0.57% 등으로 모두 4.69%에 달한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 특수관계인도 13%를 갖고 있다.
또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삼성생명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20.76%, 이재용 부회장이 0.06%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특수관계인도 26% 가량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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