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기독일보·선교신문 기자] 케냐에서 군경과 소말리아 무장단체 간 피의 보복전이 이어지면서 크리스천 36명이 무장단체에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에 따르면 알샤바브 무장대원들은 잠자던 채석장 노동자들을 깨워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을 골라 총살하거나 참수했고, 희생된 36명은 모두 크리스천으로 알려졌다.
알샤바브는 공격 후 성명에서 "케냐와의 싸움에는 타협이 없으며 인정사정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케냐의 침략으로부터 이슬람교 동포를 지키는 데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지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테러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들은 또 아프리카연합(AU)의 평화유지활동(PKO)으로 소말리아에 파견된 케냐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알샤바브는 지난달 22일 만데라에서 수도 나이로비로 향하던 버스를 납치해 승객들에게 일일이 코란 구절을 암송해보라고 요구한 후 무슬림을 가려내고, 크리스천만 골라 28명을 그 자리에서 살해했다. 당시 알샤바브는 케냐 경찰이 한 주 전 지방도시 몸바사의 모스크 4곳의 급습해 무슬림 청년들을 잡아들인 데 따른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케냐군은 버스 승객 살해사건 다음날, 소말리아 내 알샤바브 기지를 공격하여 반군 1백여 명을 살해하는 보복작전을 펼쳤다.
알샤바브는 지난해 9월에도 나이로비 쇼핑몰을 습격해 67명을 살해하는 등 테러를 되풀이하고 있다. 당시에도 인질들에게 코란을 암송하도록 요구한 뒤 크리스천만 골라 처형했다.
케냐 대통령 고문인 압디카디르 무하마드는 BBC와 인터뷰에서 "무장세력이 케냐에서 무슬림과 비무슬림간 종교 갈등을 유발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영국 BBC 방송 등 외신들은 지난달 23일 "무장세력이 아프리카에서 종교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오픈도어는 "테러 공격 희생자 가족들의 평안과 회복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케냐에서 계속되는 보복사건들이 끊어지고 정부와 군경 책임자들이 공의를 행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와 민족들 간에 화해와 용서의 물결이 흐를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