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후진' 사건 후 4일, 이 일이 세간에 알려진 지 36시간 만에 사퇴했다.
하지만 부사장 직급과 등기이사, 계열사 대표 등은 유지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해 이날 오후 퇴진 의사를 밝힌 조 부사장의 보직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 참석 후 이날 오후 귀국한 조회장은 귀국 즉시 인천공항에서 임원회의를 열고 조 부사장의 퇴진을 결정했다.
조현아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과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저로 인해 상처를 본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기내서비스와 호텔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에서 물러나지만 대한항공 부사장이란 임원 신분과 등기이사직은 유지된다.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도 그대로 유지된다.
조 부사장이 부사장 직함과 등기이사 지위는 그대로 유지해 악화한 여론을 봉합하기 위한 '무늬만 사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후임 보직을 누가 맡게 될지는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회장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귀국하면서 조 부사장의 사건과 관련,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 모든 과정을 조사한 후 조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부사장은 지난 5일 0시50분 미국 뉴욕발 인천행 KE086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던 중 한 승무원이 땅콩을 봉지째 건네자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비행기를 회항시키고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회항 논란이 거세지자 대한항공은 "승무원을 강제로 내리라고 지시한 것은 기내 서비스를 책임지는 임원으로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의 사과문을 발표, '조현아 감싸기'란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기장과 승무원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경영진의 과실부터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조 부사장을 항공 관련 법규 위반 혐의로 10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사실관계에 기초해 법과 규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부당한 압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 경로를 변경한 사람은 1~1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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