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기독일보·선교신문 기자] MVP선교회 본부장 한수아 선교사는 "선교담론은 선교주체의 의식에 영향을 주어 선교 지속성과 방향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한국교회, 선교계, 교회 밖에서 선교담론 현황을 각각 소개했다. 그는 지난달 27~28일까지 경기도 가평 생명의빛예수마을에서 열린 제13회 한국선교지도자 포럼에서 발표한 '구조적 측면에서 본 한국선교의 문제와 대안'에서 "한국교회가 선교에 많은 노력과 성과를 냈지만, 얼마나 힘 있는 담론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더욱이 서구적 선교담론의 영향을 받은 한국 선교계 내부 담론 구조, 기독교 외부의 부정적 선교담론과 신학적 반응은 선교담론 구조의 취약성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 선교담론의 취약성과 구조적 요인
한 선교사는 한국교회 선교가 충분히 신학적으로 내면화되지 못한 채 유행이 된 것은 "한국선교가 내면적 교회 성숙의 결과라기보다 교회 외적 요인으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역교회 내 선교에 대한 도전과 교육으로 일어난 선교운동이 아니라 초교파 선교운동의 영향이 컸고, 1990년대 이후 초교파 선교단체에서 교단선교부로 선교 주도권이 넘어가지만 개교회의 성숙한 선교도전과 교육은 제대로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선교사는 "개교회 중심 선교에서 선교담론이 교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목회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신학교육에서 선교가 중요하게 취급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 한국 신학교에서 선교학은 신학교육의 변두리 과목으로 전락했고, 전임교수조차 없는 신학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선교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없고, 선교가 교회전체의 기본사명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목회자들을 배출시켰다. 그는 "선교 교육이 신학교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목회자가 선교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선교에 참여하면, 자기 생각대로 선교하거나 선교를 목회프로그램 중 하나로 볼 것"이라며 "한국교회 성장모델을 그대로 선교지에 대입해 사역하거나, 이런 방식을 선교지에 요구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선교계 내에서의 선교담론도 서구 선교신학에 의존적이고 자신학이 부족한 상황이다. 목표지향적, 성취지향적인 미국 문화가 한국 선교운동의 중심 가치를 차지했고, 가시적 성과가 없는 선교활동은 실패라는 지나친 실용주의적 평가가 선교운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한 선교사는 "분석적이고 이성적인 서구신학은 지성을 강화시키고 감정주의를 절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한국인의 특징인 열정, 감정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분석에 따른 서구의 시스템 선교에 의존하면, 현장에서 통찰을 이용하는 한국선교의 창의성과 순발력을 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사태 이후 교회 안팎에서 선교에 대한 부정적 담론이 확산된 것도 선교담론의 취약성에 영향을 주었다. 그는 "심지어 기독교 내에서도 선교를 '무례한 행동', 비윤리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흐름이 생겼다"고 말했다. 반기독교 담론의 확산에는 정보화, 사회네트워크 발전과 함께 반기독교 카페 등이 활성화된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독교가 막강한 종교 세력으로 비치면서도 이질적 종교로 인식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선교사는 "기독교인이 정치, 경제적으로 기득권이 되면서 사회적 책임이나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을 적절하게 제시하지 못한 점, 다른 종교보다 많은 사회봉사활동, 선교활동을 했음에도 지도자 타락 등 여러 악재와 더불어 사회적 공신력을 상실한 것도 기독교가 이익집단으로 비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일부 기독교의 타락과 반기독교 담론에 대한 신학 대응으로 윤리와 사회적 관심을 강조하는 경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들은 지성적이고 점잖은 기독교를 말하고, 교회개혁만이 아니라 선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인다"며 "물론 이러한 목소리들을 경청해야 하지만, 복음의 열정과 선교 약화를 가져오는 신학적 담론을 조성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 고비용 선교와 구조적 요인
한 선교사는 "프로젝트 위주의 고비용 선교구조 때문에 재정 조달이 어떤 사역보다 중요해진다"며 "재정 조달을 개인 능력에 의존하면서 선교사끼리 협력과 정보교환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선교단체의 검토 없이 선교사와 모교회의 협의로 이뤄지는 선교프로젝트, 교회와 선교의 분열로 인한 재정에 대한 검증과 감독이 어렵다"며 이는 곧 중복투자와 낭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많은 재정을 들인 학교, 병원, 복지기관, 선교센터의 건물, 시설은 선교사가 자기 소유화하거나 선교 세습이 일어나는 온상이 되기도 한다. 현재 한국교회 역시 부동산에 재정을 투입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이는 선교 재정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 재정의 약화가 오히려 물량주의 고비용 선교 문제를 해결하고 선교를 다양화하기 위한 구조적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선교사의 인구학적 구조문제
한국사회의 고령화는 교회의 연령구조와 선교사의 연령구조에도 영향을 주었다. 한 선교사는 "현재 선교사 중 50대가 전체의 38.9%로 10년 후면 60대 이상이 선교사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며 "목회자 중심의 파송 구조, 청년 선교동원의 어려움 등도 선교사 연령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개척선교지는 젊은 층이 많은 인구구조를 보이며, 그들을 섬기기 위해 젊은 선교사들이 많이 필요하다"며 "청년 선교동원과 파송을 최대한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선교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한수아 선교사는 "한국선교의 성장은 내면적 성숙에 의한 것이기보다 외적 요인, 한국교회 성장의 외연화였다"며 "이제 한국교회의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내부 동력에 의해 한국선교의 성장을 이끌어가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는 선교계 내부의 역량이 과거보다 중요해지고, 한국교회의 구조적 영향력에 덜 노출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성장주의 및 성과주의, 분열과 경쟁 등 수십 년간 계속된 선교문제와 한국교회 및 사회 속에 뿌리가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며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부여잡고 부흥을 주시도록 회개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윤리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하다. 그는 "선교정책 제도 수립과 제도의 강제력을 실행할 조직이 있어야 한다"며 "또 그런 조직이 정직하고 영성 있는 지도자에 의해 운영되고 전횡을 막기 위한 견제제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선교현장에서 선교사들의 반목, 불확실한 사역 방향과 내용은 현장 선교사를 지도, 관리하는 선교지 현장지휘체제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곧, KWMA의 회원단체가 선교현장 협의체를 구성해 비교적 장기적 리더십 체제를 구축하고, 선교지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KWMA 회원단체의 현장협의체가 영향력을 지니려면 한국에서 회원단체를 엄격하게 받아들이고, 협약을 세우며 감독하는 제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선교사는 한국선교 문제를 다룰 때 '한국 선교의 생태계' 전체를 생각하는 인식과 이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단·초교파, 대형·소형, 국제·토종, 전도 및 교회개척·전문 기능 등의 특징을 가진 단체들이 연대하여 선교의 질을 높이고 폐단을 없애며 선교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선교사나 단체를 퇴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많은 선교사를 파송한 교단선교부, 대형선교단체는 전체 선교생태계를 생각하고, 이를 건전하게 살리는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교계 전체를 포괄하는 KWMA도 시스템 개발과 조정, 협력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한편, 한수아 선교사는 미전도종족 개척선교가 성과주의와 경쟁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개척지역으로 선교사가 분산되면 선교지와 사역의 집중에 의한 성과주의, 경쟁적 선교행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개척지역은 선교 여건상 재정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많아 물량주의 고비용 선교 해소에도 도움이 되며, 협력의 필요성이 큰 지역의 특성에 따라 선교 분열의 문제 극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봤다.
건전한 선교담론을 형성하고 청년층 선교동원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한 때다. 한 선교사는 목회자의 선교인식을 높이기 위해 "신학교에서 선교학 교수들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선교교육이 선교현실을 반영하도록 선교학 교수들과 선교 실행가 사이의 교류도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교회의 선교인식을 높이려면 하나님 나라, 하나님의 목적 등의 개념을 가지고 교회 선교교육을 하며, 다양한 계층을 위한 동원도구 개발, 강좌 개설을 제안했다. 더 나아가 선교적 교회가 새로 세워지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선교동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니어 선교헌신자가 젊은 선교후보자를 돕는 선교후견인 제도 마련, 젊은 선교동원 강사를 동원하기 위한 30~40대 지도자 발굴, 젊은 지도자를 배출하는 국가의 교회와 협력하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선교 재정의 중복투자와 낭비를 막으려면 교회, 선교회 간 선교프로젝트 심사나 감독을 강화하고, 고비용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회자 위주의 파송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선교사, 전문인 선교사 파송을 활성화하고 해외거주 한국인의 선교동력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숙한 선교담론을 하기 위해 그는 "친목형태 회의는 지양하고, 유사한 회의는 과감하게 연합하며 소수라도 영향력 있고 권위 있는 포럼이나 회의가 개최돼 실제 유익을 얻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모적 회의에 사용하던 비용으로 선교연구를 지원하거나 비서구권을 포함한 세계적인 학자나 선교사를 초빙해 심도 있는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한수아 선교사는 복음과 본질에 대한 선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 주체인 파송교회, 선교단체, 선교사가 본질에 충실한 선교, 선교적 성공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도록 복음의 본질을 강조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교사 평가 기준도 성공적인 수적 성장, 외형의 성장이 아니라 복음에 얼마나 충실한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선교사는 "복음과 본질에 충실해야 교회개척과 제자양육 등 영적 사역을 잘하는 한국선교의 장점이 빛을 발할 것"이라며 "우리 자신을 버리고 하나님께 헌신한다면 해결 못 할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