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정씨와의 권력암투설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박 회장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올 들어 잇달아 요직에서 물러난 사실이 다시금 주목을 받으면서 이번 논란을 정씨와 박 회장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시각에 힘을 더하고 있다.
당장 논란이 된 문건의 작성을 지시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부터 박 회장의 인맥으로 분류된다. 조 전 비서관은 1994년 박 회장이 마약류 투약혐의로 기소되자 수사를 담당했고 이후 박 회장과 친분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은 올해 1월 정씨가 이 비서관을 비롯한 10명의 청와대 내외부 인사와 매달 두 차례씩 만나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올린 바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로부터 약 3개월 뒤인 올해 4월 청와대를 나왔다.
조 전 비서관은 앞서 2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재직 기간 중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핵심 비서관 3인방과 마찰을 빚었다는 요지의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 3인방이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데는 정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정황만 놓고 보면 박 회장과 정씨가 각자의 대리인인 조 전 비서관과 비서관 3인방을 통해 힘겨루기를 벌인 듯한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이른바 '박지만-조응천' 라인으로 분류되는 국정원 1급 국장이 핵심 청와대 비서관들의 첩보를 조 전 비서관에게 제공하다 청와대 외압으로 요직에서 밀려났다"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10월 경질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도 박 회장과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박 회장과 고교 동창일 뿐만 아니라 육사 37기 동기로 경질 당시 박 회장과 정씨와의 대립 구도에 주목해 여러 설들이 나온 바 있다.
이밖에 지난 5월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자리에서 물러난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도 박 회장과 친분이 깊은 인사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사퇴 이유를 놓고 홍보수석실 내에 갈등이 있었다는 설도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