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는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문건 유출 및 보도로 인한 '비선논란'이 커진 뒤 가진 회의여서 박 대통령의 입장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을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논란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우선 문건 유출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공직기강 해이로 야기된 '문건 유출'로 규정하고 관련자에 대한 일벌백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번에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것도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이러한 공직기강의 문란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와 관련 박 대통령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루머'로 규정하고 문건 내용이 보도된 직후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이 시중에 떠도는 '찌라시'의 짜깁기에 불과함을 강조했다.
해당 언론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조금만 확인을 해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를 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 같이 몰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제 선진국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에는 이런 근거없는 일로 나라를 흔드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관련 보도를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이같은 발언은 이번 논란이 국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보는 것이란 분석이다. 정쟁의 중심에 서는 것을 꺼려했던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무시하는 자세를 보일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언론보도 나흘 만에 신속히, 그것도 상당히 강한 수위의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같은 인식의 결과물로 해석된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야당에서 청와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만만회'까지 언급하면서 시중의 각종 '설'을 해소하겠다는 자세를 드러냈다. 만만회는 이재만 비서관과 박지만 EG회장, 그리고 정윤회씨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온 것으로 야당은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각종 인사의 배후에 만만회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언론보도 태도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의 무차별적인 의혹 보도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여겨져 향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앞서 세계일보는 지난 28일 청와대가 올해 초 정씨가 공직자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찰 조사를 벌였다가 의혹을 조사하던 경찰 출신 행정관이 갑작스레 원대 복귀하면서 사실상 중단돼 외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민정수석실은 '대통령비서실 직제' 법령에 근거해 민간인 신분인 정씨를 감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시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관으로 감찰을 진행했던 경찰청 출신 A경정이 지난 2월 중순 원대 복귀하면서 사실상 감찰이 중단됐다는 점을 들어 '좌천성 인사'라는 점과 외압설을 함께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