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21일 이희호 여사 방북과 관련 남북 실무진들이 육로를 통한 방북을 합의했다. 하지만 시기는 미정이어서 추가 적인 논의는 계속될 예정이다.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에 따르면 우리측 김대중평화센터 및 인도지원단체 '사랑의 친구들' 측 관계자 7명은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원회) 관계자들과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북측은 원동연 아태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대표로 나왔다.
이들은 이날 오전 개성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사무소에서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2시간가량 실무협의를 열었지만 이 여사 방북 시기와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다만 방북 경로와 방문지, 숙소에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 여사는 육로로 방북해 애육원 등 어린이 보육시설 2곳 가량을 방문하고 과거 이용했던 백화원 초대소에 투숙하게 된다.
양측은 방북 시기를 정하기 위해 2차 실무접촉을 열기로 했지만 접촉시점을 정하지 못했다.
김 원장은 "고령인 이 여사님의 건강 문제도 있는 만큼 양측이 오늘 협의를 마친 뒤 각기 양측에 보고하고 또 다시 만나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며 "의료진들의 의견도 들어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서 김 원장은 "우리 측에서 먼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기를 기대한다'는 이 여사님의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북측 원 부위원장은 "이 여사님께서 고령인데 평양을 방문하시겠다고 한 것을 굉장히 높이 존중하고 평가한다"며 "윗분(김정은)의 뜻을 받들어 나왔다"고 말했다고 김 원장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 여사가 방북에 가져갈 인도지원 물품에 대해 우리 측은 먼저 "북측에서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맞춰서 준비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으나 북측은 "과거 고난의 행군 때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훨씬 나아졌다"며 "염려하지 말고 이 여사님이 사랑으로 주시는 물품은 아무 것이든 감사하게 받겠다"고 답했다고 김 원장은 전했다.
한편, 이 여사의 방북을 두고 김정은 1위원장 면담 여부에 이목에 쏠리고 있다. 실제로 이 여사는 2011년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 조문차 방북해 김정은을 만나 상주(喪主)이자 권력 후계자인 김정은을 직접 만나 위로한 바 있다. 이외에도 북한당국이 그간 김 전 대통령 내외를 예우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방북이 남북관계 경색국면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 여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공식 특사 역할을 맡아 5·24조치 등 남북관계 현안에 관한 박 대통령 뜻을 전달하면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이 여사 방북단을 통해 대화 의지를 밝히면 무산됐던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여사의 방북에 큰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북한인권결의안 등 문제로 속내가 복잡한 북한당국이 이 여사의 방북을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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