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현재 법정관리 중인 스마트폰 단말기 제조회사 팬택의 새주인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팬택의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는 21일 오후 3시 입찰을 마감한 뒤 "지난달 인수의향서(LOI)를 낸 곳은 2곳 정도 있었지만, 결국 인수가격을 써낸 곳은 없었다"고 밝혔다.
삼정KPMG는 지난달 7일 마감된 예비입찰 결과, 중국 업체를 포함한 국내·외 업체 2~3곳이 본입찰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팬택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기업으로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 인도의 마이크로맥스 등을 꼽았다. 이중 인도 2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마이크로맥스는 실제로 지난 4월 팬택 측에 지분 투자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본입찰에 들어가자 팬택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번 입찰이 유찰된 이유는 팬택에 관심을 보여온 기업들이 생각하는 인수희망가격이 채권단이 정한 최저입찰가격 기준과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품질 좋은 스마트폰을 저가에 만드는 샤오미 등 중국 제조업체들의 부상으로 한층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채권단이 생각하는 2천억원 안팎의 금액을 써낼 수 있는 곳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
이번 입찰이 유찰됨에 따라 팬택의 운명은 채권단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결정으로 넘어갔다. 당장 청산 절차를 밟을 수도 있지만, 이는 최후의 선택 방안이어서 현 시점에서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삼정KPMG는 "인수자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면서 재입찰 가능성을 열어뒀다. 분할 매각이나 청산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구체적인 계획은 법원과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팬택의 앞길은 삼정KPMG와 법원의 논의에 따라 재입찰을 추진하거나, 파산 또는 독자생존의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앞서 채권단 실사 결과 팬택의 존속가치가 청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 등을 들며 팬택이 재입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팬택이 법정관리 중이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어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팬택은 최근 KT와 유플러스를 통해 '베가아이언2'를 출고가보다 50% 이상 낮춘 35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고, 신제품인 '베가 팝업 노트'를 35만2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하는 등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 결과 베가 팝업 노트는 이날 오전에 준비한 물량 3만대가 모두 동났고, 베가아이언2 역시 대리점들의 추가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팬택은 밝혔다.
삼정KPMG 관계자는 "팬택의 최신 스마트폰 팝업 노트가 출시됐는데 반나절만에 완판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법원과 논의를 통해 결정할 일이지만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 관심갖는 이들이 있다면 재입찰이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유치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팬택은 지난 8월 법정관리 개시 이후 순환 유급휴직 시행, 사후서비스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으며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팬택은 스마트폰 사업 외에도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사물통신(M2M)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