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종엽 기자] 가계의 소비 억제 여파로 '불황형 흑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분기보다 소득과 지출이 다소 늘었고 지출 증가율이 소득을 웃도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있지만 완연한 경기 회복세를 보였던 1분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초연금제도 도입에 따라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의 소득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분배는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중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438만원, 월 평균 지출은 341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소득에서 지출을 뺀 월평균 흑자액은 97만4000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분기에 비해 7만원(7.84%)이나 늘어난 수치다. 월 평균 가계 흑자는 지난 2011년 3분기만 해도 70만원 수준에 그쳤으나 3년 만에 약 40% 가까이 늘어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노후를 대비해 순자산을 늘릴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보육료 지출 등을 지원하면서 이전소득이 늘어나 흑자 규모가 커지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3분기 가계소득은 2분기보다 23만5000원(5.6%) 증가했다. 근로소득이 20만원, 이전소득이 2만4000원, 재산소득이 1000원, 비경상소득이 1만6000원 늘어났다. 반면 사업소득은 6000원 감소했다. 월평균 지출은 16만5000원(5.1%) 늘었다. 소비지출(257만6000원)이 3.9%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비소비지출(83만8000원)은 8.5% 증가했다.
지출 항목별로는 교육비가 9만3000원, 교통비가 2만원 증가한 데 반해 의류·신발은 3만8000원, 주거·수도·광열비는 3만4000원 감소했다.가계가 소비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소득-비소비지출)은 355만원으로 16만9000원(5.01%) 늘었다.
가계 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평균 소비성향'(소비지출/가처분소득)은 72.6%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평균 소비성향은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만 해도 76~78%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 2012년 경기부진 여파로 74.1%로 떨어진 후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 74.5% ▲2분기 73.3% 등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기초연금 제도 도입은 분배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3분기 중 소득 증가율을 소득 분위별로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소득증가율이 8.1%로 가장 높았고 나머지 분위는 2~3%대 증가율에 그쳤다.
기획재정부 주환욱 정책기획과장은 "고용 증가와 가계소득 증대, 소비지출 확대 등 선순환 흐름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 맞춤형 급여체계 추진 등 가계 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