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한국과 이란의 친선전이 오심 논란 속에 0-1 패배로 끝났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8일 오후 9시55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에서 후반 37분 아즈문(루빈 카잔)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한국은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을 앞두고 아시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고,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이란(51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지난 40년 동안 이어진 대표팀의 '아자디 징크스'를 털어내지 못했다. 한국은 1974년 테헤란에서 이란을 상대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 경기 전까지 2무3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요르단전에 나서지 않으며 체력을 비축했던 이근호(29·엘 자이시)가 선봉에 섰고, 손흥민(22·레버쿠젠)과 이청용(26·볼턴)이 좌우 측면 미드필더, 주장 구자철(25·마인츠)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2선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구상한 최상의 공격 조합이었다.
요르단전에서 결장했던 기성용(25·스완지시티)은 박주호(27·마인츠)와 더블 볼란치를 구성했다. 왼쪽 풀백 박주호의 위치 변경이 눈에 들었다.
포백은 왼쪽부터 윤석영(24·퀸즈파크레인저스)·곽태휘(33·알 힐랄)·장현수(23·광저우 부리)·김창수(29·가시와 레이솔)가 섰다. 골문은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슈틸리케호는 초반부터 공격에서 불을 뿜었다. 최전방에 이근호를 비롯해 손흥민, 이청용, 구자철이 유기적인 움직임을 펼치며 이란의 수비진을 교란했다.
전반 10분 첫 번째 기회가 왔다. 이청용이 왼쪽 측면을 완전히 허물어 크로스를 올렸고, 손흥민이 헤딩슛으로 이란의 골문을 노렸다. 이란 수비수가 다급하게 걷어냈다.
이어진 공격에서는 이근호와 손흥민이 각각 한 차례씩 중거리 슛을 때려 이란의 수비라인을 밖으로 끌어냈다. 이란은 한국의 높은 볼 점유율을 저지하기 위해 거친 반칙으로 흐름을 방해했다.
전반 중반 이후부터 이란도 페이스를 찾았다. 한국 입장에서는 전반 36분에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페널티박스 정면 안에 있던 레자 구차네자드(쿠웨이트SC)가 논스톱 왼발 슛으로 연결해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골키퍼 김진현의 슈퍼세이브가 없었다면 고스란히 실점으로 이어질 아찔한 장면이었다. 중앙 수비수들이 공격수를 놓쳤다.
한국은 후반 40분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이란의 골문을 노렸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고, 전반은 0-0으로 끝났다.
후반 초반의 경기양상도 전반과 유사했다. 한국이 점유율을 높여 가져간 반면에 이란은 빈틈을 노려 역습을 전개했다.
기성용은 후반 11분 강력한 중거리 슛을 시도했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후반 20분에도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이근호가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수비수의 몸에 맞고 나갔다.
좀처럼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7분 이근호을 대신해 박주영(29·알 샤밥)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이란은 전반과 마찬가지로 중반 이후에 공격의 무게를 뒀다. 후반 34분 데자가(알 아라비SC)가 기습적인 중거리 슛으로 한국의 골문을 노렸다. 이번에도 김진현이 몸을 날려 막았다.
그러나 후반 37분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이란의 네쿠남(오사수나)이 때린 프리킥이 양쪽 골 포스트에 맞고 나온 것을 쇄도하던 아즈문이 머리로 밀어 넣었다. 헤딩슛 과정에서 골키퍼 김진현을 밀쳤지만 주심은 골을 인정했다.
한국은 후반 44분 프리킥 세트피스에서 기회를 엿봤지만 만회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이란은 특유의 방식으로 경기를 지연했고, 이에 항의하는 한국 선수들과 언쟁을 벌였다.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경기는 이란의 1-0 승리로 끝났지만 양 팀 선수들은 경기 후에도 언성을 높이며 신경전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