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월례포럼이 '기독교의 두 얼굴: 다원주의 사회를 하는 그리스도인'을 주제로 14일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IVF서점 산책엔잇다에서 진행됐다.
40여 명이 함께한 이날 포럼에는 대부분 청년들로 자리를 채웠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강영안 교수는 이날 강연 후에도 1시간여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다양한 질문에 대답했다.
질문 가운데는 영혼구원만을 강조하며 사회문제를 도외시하는 교회에 대한 문제, 다원주의에 관한 질문, 가나안 성도를 양산하는 교회들에 관한 문제 등 '위기'라고 하는 한국교회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묻는 질문들이 많이 나왔다. 오후 9시가 넘는 시간에도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여러 질문에 묻혀 답을 들을 수 없을뻔한 질문도 있었는데 "예술로 문화를 변혁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었다. 사회자가 이런 질문들도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다고 말하니 강영안 교수는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그리스도인으로 자기가 하는 일에 전력하는 것"이라며 "완벽하게는 못하겠지만 모든 관심을 쏟아서 그 일을 해내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창조사역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전공하는 '철학'을 예로 들며 "그리스도인들은 철학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 한다면 철학에 하나님이 없다고 세속철학이고 내버려야 되느냐?" 질문하며 "철학은 묻고 또 묻는 것이다. 도무지 더 물을 수 없고 더 답할 수 없을때까지 계속 추구해가는 것이다. 그것이 그리스도인 철학자에게 주어진 일이 아닌가 싶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복음전도 하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 갖는 그리스도인들이 거의 없다"는 질문에는 두 가지가 함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신학교육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지금까지 이 두 축, 영혼을 구원하는 것과 한편으로는 문화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either or의 문제가 아니라 both and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는 either or에 너무 익숙해져있다. either or는 한쪽을 배제해버리는 것이다"며 "우리가 두 팔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처럼 복음전도하며 사람들 키워나가는 것과 동시에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것은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강조해야 될 문제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하게 지내던 한 목사님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건때 교회 성도들에게 그 사건으로 다친 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했는데 성도들이 너무 좋아하고 의미를 느끼더라는 것이다"며 "그러나 거기서 봉사하면 교회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진다. 그것이 실질적 문제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교회와 사회, 모이는 교회와 흩어져서 활동하는 하나님나라에 참여해야 될 이 일을 고르게 잘 가르치는 일이 필요하다"며 "문제는 신학교에서 이걸 이렇게 가르치느냐는 것이다. 커리큘럼이 그렇게 돼있느냐는 것인데 얼마전에 했던 강연에서도 강조했는데 신학교 교육이 전적으로 바뀌지 않고는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이 속한 삶의 영역에서 사는데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 그러려면 신학교수들이 바뀌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보수신학에서 정치적인 진보성, 삶의 진보성"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이어진 질문에 그는 "그것은 한국보수신학에서 나올 수 있는게 아니라 '복음의 보수'에서 나올 수 있다. 복음이 가지고 있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예수의 인격과 신격과 예수의 삶의 진보성, 사역에서 나올 수 있는 진보성이지 한국교회 보수신학에서는 나올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아직도 한국교회 설교가 바뀐 것 같지 않은데 복음서 설교를 잘 안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지고 부활한 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복음서를 다루더라도 윤리적인 방식으로만 다루고 복음서가 가진 신성에 대해서 다루지 않는다"며 "예수의 삶을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라면 두 축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하나는 두루 다니시며 천국복음을 선포하시며 가르치시고 뭇 병자들을 고치셨다. 두번째는 십자가의 고난과 고통과 죽음과 부활의 사건 두 축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십자가에 매달리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시고 다시 우리 가운데 와 계신 예수 그리스도, 가르치시고 전파하시고 병자들을 치료하신 그 예수에서 공통된 마음을 얘기해보라 하면 하나님의 사랑, 그 말밖에 더 어떻게 하겠나"라며 "지식이 함께한 사랑이고 실행이 함께한 사랑일텐데 밑바닥에 내려가서 보면 '고통받는 자에 대한 연민, 연대, 공감, 사랑'에서 우러나온 것이 예수님 마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인성 과부 아들의 죽음을 보시고 예수님이 여자여 울지 말라 하시고 그 청년을 향해서 청년아 일어나라 할 때 성경의 표현은 '보고 불쌍히 여겨'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 '신학 교육' 이야기로 돌아갔다. 강 교수는 "신학 교수들이 교회 안에 교사로서 지식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짖지 않는 개가 돼버렸다"며 "우리나라 신학이 교단 신학이라 그렇다. 교단 전체에 의해서 좌우될수 밖에 없다. 한번 잘못 짖었다가는 모가지가 날라간다. 거기 순치되면 짖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혁주의 칼빈 전통을 잇는 것은 끊임없이 쇄신하는 것이지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며 "카이퍼하고 바빙크를 보라. 카이퍼나 바빙크가 얼마나 깊이 자유주의 전통에 들어갔는지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바빙크의 선생 스홀튼, 쿠넌은 신학적으로 자유주의자다. 바빙크는 그 사람들을 통해서 사회 문제를 배웠다. 그리고 17세기에 개혁주의 전통신학을 공부하면서 스승에게 배운 터를 완전히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카이퍼도 마찬가지이고 바르트도 대표적인 경우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합신이나 고신도 자유주의신학으로 확 세례를 줬으면 좋겠다. 그것을 거쳐서 다시 복음을 가지고서 성경을 읽고 세상을 보고 목회를 했으면 좋겠는데 처음부터 워낙 좁은 보수적인 틀 속에만 있어서 쇄신이 불가능하다. 그 안에서는 쇄신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강영안 교수는 "개혁주의 신학의 큰 틀을 만든 칼빈이 기독교강요를 쓰기 전 23세에 쓴 것이 '세네카의 관용론'에 대한 주석이다. 거기서 칼빈이 인용을 위해 쓴 라틴 저자만 해도 55명이다. 그는 세네카 저서, 키케로 저서, 벨기비우스 저서를 스물세 살에 이미 통달했다. 철저한 인문주의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넘어서서 성경을 토대로 한 신학이 나올 수 있었다. 철저히 보수적인 공부만 해서는 보수주의의 쇄신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국 기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질문에 강영안 교수는 서점에 꽂힌 '무례한 기독교'라는 책을 가리키며 답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강영안 교수는 "성령께서 예수의 성품으로 빚어주시고 성부 하나님이 원하시는 그 분의 삶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조금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을 비판할 때 '인과 의와 신은 버리고'라고 하시는데 '자비와 정의와 신뢰 '라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는 버리고 조그만한 율법적인 것들에 대해 집착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시는 것이다"며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서 예수의 성품으로 빚어주는 것이 성령 받았다는 것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버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