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연평해전 유족, 국군 상대 손배소 패소

"당시 군 수뇌부의 고의·중과실 인정 안돼"

[기독일보] 제2연평해전에서 산화한 군 장병들의 유족과 부상 장병들이 당시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부장판사 최성배)는 12일 김모씨 등 사망한 장병의 유족과 부상자 등이 김동신 당시 국방부장관과 이남신 합참의장, 장정길 해군참모총장 등 군 지휘·작전 계통 관계자 11명을 상대로 낸 6억3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군인이 직무수행 중 다른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법률상 따로 보상방법이 정해져 있어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가해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으면 공무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당시 군 수뇌부들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군 장병들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에 이르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이 북한의 공격 감행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일부러 숨겼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결국 피고들이 피해 군인들을 고의로 살해했다거나 상해를 입게했다는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매우 민감하고 엄중한(SI14자)' 첩보 등은 그 내용 자체가 엄중해도 이같은 첩보를 취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북한이 가까운 시일내에 도발하리란 것을 명백히 알 수 있었던 것인지에 관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들이 이를 인지했다고 해도 북한의 도발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를 예하부대에 알리고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고의로 피해 군인이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할 만큼 현저히 직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당시 해군 고속정이 남하하는 북 경비정이 인접하자 이를 선체로 밀어내려는 차단기동을 시도한 것에 주된 원인이 있었다"며 "당시 교전규칙 또는 작전예규에 규정된 것으로서 특히 이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제2연평해전 당시 사망한 박동혁 병장의 아버지인 박남준씨는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재판 결과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씨는 "국방부 수장의 순간적인 판단으로 장병들이 사망하거나 부상 당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며 "이같은 잘못된 판단으로 큰 일이 벌어졌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을 못 진다 하면 65만 국군 병사들은 누구를 믿고 그 명령에 따라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항소 하겠다"고 덧붙였다.

제2연평해전은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있었던 2002년 6월29일 오전 10시께 북한의 경비정 2척이 서해 NLL을 침범, 우리 해군 참수리357호 고속정에 선제 기습공격을 가해 발발했다. 교전 중 해군 윤영하 소령 등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북한도 3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경비정이 화염에 휩싸인 채 도주했다. 이에 대해 유족 등은 "당시 군은 통신 감청 등으로 북한군이 'SI14자' 특이 징후를 포착했음에도 예하작전부대에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다"며 "이로인해 일선 지휘관과 병사들이 대비할 수 없도록 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군 경비정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것은 평소처럼 북한 경비정의 진로를 가로막기 위해 함정의 취약부분인 측면을 노출했기 때문"이라며 "만약 교전까지 예상할 수 있었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거나 대비태세를 강구했다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측면노출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군의 무력도발 가능성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제2연평해전

지금 인기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