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자문위원장인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가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로잔 회의가 <로잔 언약>(Lauzanne Covenant)을 발표하여 전 세계 복음주의자들에게 중요한 자극을 줬다"며 "(그중 하나가) 사회에 대한 기독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기윤실은 지난 5일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월드뷰' 10월호에 대표주간 칼럼으로 손봉호 교수의 '로잔 언약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고를 게재했다.
손 교수는 이 글에서 "로잔 회의가 <로잔 언약>(Lauzanne Covenant)을 발표해, 성경의 권위, 전도의 특성, 세계 선교의 중요성과 긴급성,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 문화의 문제들, 영적 전쟁 등에 대한 복음주의의 입장을 제시했다"며 "이들은 대부분의 복음주의자들이 이미 많은 관심을 쓰고 있었던 것들이었지만 한 가지 예외가 사회에 대한 기독교의 책임에 관한 언급"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우리는 하나님이 모든 사람의 창조주이시며 심판주임을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 사회 어디서나 정의와 화해를 이루시고 인간을 모든 종류의 억압에서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관심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억압받는 자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을) 등한시한 것과 복음전도와 사회참여를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한 것을 회개한다"는 로잔 언약의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로잔 언약이 사회적 책임에 관한 한 '복음주의'를 전통적인 '개혁주의'와 매우 가깝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혁주의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하나님의 절대주권'이다. 하나님이 온 우주의 절대권자라면 그리스도인은 필연적으로 그의 통치를 받는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며, 동시에 세계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역설했다.
손 교수는 복음주의가 그동안 사회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음주의가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지 못한 이유에 대해 "영혼 구원에 전력을 기울이고 병든 사람, 강도 만난 사람들을 돌보라는 명령에는 어느 정도 순종했으나 사회 정의에 관해서는 관심을 많이 두지 않았다. 성경은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사회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 교수는 "오늘날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간 간, 특히 사회적 강자와 약자간의 불평등"이라며 "인간과 인간 사이에, 특히 강자와 약자 사이에 불공정한 관계가 일어나고 사회 평화가 깨어진다. (이로 인해) 정의의 문제가 대두되고 억울함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사회 정의'의 문제를 설명했다.
손 교수는 "성경은 하나님의 살아 있는 말씀이기에 시대마다 그 시대가 필요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이렇게 사회가 중요해진 오늘날에도 성경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 그것이 바로 고통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돌보기 위하여 하나님의 백성이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라는 것이다. 로잔 언약은 바로 이 시대에 주는 성경의 메시지를 찾아낸 것"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예수님 시대에는 병든 사람, 가난한 사람, 세리처럼 사람들의 무시를 받은 사람들이 약자들이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으셨다. 돈이 우상이 된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힘들고 약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들의 아픔에 민감해야 하고 이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제도를 고칠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교회가 약자에게 관심을 쏟고, 사회정의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낮아지고 검소해야 남을 더 잘 위로하고 도울 수 있으며, 정의로운 제도와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손 교수는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서 한국 국민이 크게 감동한 것은 그가 높아지고 사치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낮아지고 검소했기 때문이고 그것이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몸짓이 아니라 진심과 평소의 삶에서 우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런 점에서는 한국 교회가 그로부터 많이 배워야 한다. 지금의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로잔 언약에 충실하기에는 지나치게 부요하지 않나 싶다"며, 한국교회가 더 낮아지고 사회를 섬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