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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식 성경공부 교재를 개발하는 제자훈련 선교기관 seeJesus.net 대표 폴 밀러가 <일상기도(A Praying Life·CUP)>라는 기도훈련서를 새로이 발간했다.
한 해가 저무는 시점에서, 기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이 책은 ‘삶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삶이 되는’ 이상적인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보여주려 한다.
그는 첫 장에서 기도와 관련한 ‘여러 좌절’들을 언급하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기도에 대한 책은 이미 너무나도 많아서, 저자의 말처럼 “기도에 대한 또 하나의 책을 쓸 필요는 없는” 상황인데다, 기도가 식상해진 사람이 ‘뻔해 보이는’ 기도에 대한 책을 읽을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진심으로 드린 기도가 응답되지 않으면 우리 안에 조용히 냉소주의가 생기거나 영적인 피로가 몰려오지만, 당당하게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믿음이 부족하거나 못된 그리스도인처럼 보이기 싫어 자신에게마저 의심을 숨긴다.”
대화의 끝에 등장하는 “기도할게” 혹은 “기도해 보자”는 말에 대해서도 “입에 발린 말”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말만 그렇게 해놓고 정작 기도하지는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그 이유는? “기도해봐야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소와 입에 발린 말보다 더 심각한 건, 기도 그 자체라고 저자는 말한다. “기도한지 15초만 지나도 난데없이 할 일들이 떠오르면서, 생각이 삼천포로 빠진다. 순전히 의지력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기도로 돌아가 보지만 어느새 똑같아진다. 기도 대신 잡념과 염려가 뒤죽박죽 섞인다. 그러다 보면 죄책감도 든다. 그러면서 5분만에 포기해 버린다.”
거기다 기도를 방해하는 ‘교묘한 장애물’들이 도처에 즐비하다. 차분히 앉아서 기도하는 행위는 분초를 다투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간 낭비 같고 무용(無用)해’ 보인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며, 트렌드를 따라간다며 TV와 인터넷, 스마트폰에 손대기 일쑤다. 교회에서도 지성과 능력과 부를 중시하는 세상이 됐다. 기도는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 행위 아닌가.
하지만 기도하고 싶은 본능은 창조 때부터,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았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다. 저자는 기도가 힘든 이유를 ‘타락 때문’으로 규정하고, “기도하고 싶은 갈망과 철저히 망가진 기도 안테나가 서로 마찰을 일으켜 끊임없이 마찰을 낳았다”고 결론내린다.
이렇듯 “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라는 말 대신 “기도가 무슨 소용이에요?” 라고 묻는 이들에게, 저자는 “나도 그랬다. 나도 도움이 필요했다”고 한숨 돌린다음 “기도의 핵심은 관계”라고 선포한다.
기도 자체는 도구일 뿐이고, 하나님을 경험하고 그분과 소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도는 관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족의 식사시간과 같다고 저자는 비유한다. 가족 식사시간의 중심에는 음식이 아닌 ‘대화’가 있다는 것이다. 기도 방법을 배우는 데 매달리지 말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중심에 두라는 얘기도 된다.
사랑할수록 기도하게 되고, 기도할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 믿음이 자랄수록 기도가 담대해지고, 기도가 응답될수록 믿음도 자라난다. 고난 속에서 기도를 배우고, 기도를 배우면서 고난을 견디는 법도 배운다. 기도는 이처럼 나머지 삶과 따로 떼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체험하기보다 그 분을 알아가야 한다.
이같은 ‘일상기도(Living Prayer가 아니라 Praying Life다)’는 하나님께서 우리 삶 속에 짜고 계신 이야기를 보게 하고, 바쁜 삶에 평강을 주며, 하나님이 일하시게 한다. “일상기도는 내 영혼의 축제다. 기도한다고 삶이 덜 바빠지는 건 아니다. 마음이 덜 바쁠 뿐이다.”
그래도 기도에 응답이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기도하거나 바라던 것을 받지 못할 때,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일하고 계시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이야기를 짜고 계신다. 감사할 때 우리는 은혜 중심이 되어 삶 전체를 선물로 보게 된다. 감사하면 하나님이 과거에 주신 복들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인다. 깨어 있으면 현재 전개되는 드라마를 놓치지 않으며, 하나님이 현재 하시는 일이 장래의 은혜 속에서 전개될 것을 기대한다.” 뻔한 대답을 조금 더 와 닿게 쓴 것 같기도 하다.
결국, 기도 응답은 삶에 닥쳐온 ‘고난’과 그 해결 아닌가. 저자는 “하나님은 자신이 사랑하시는 사람마다 광야로 데리고 가셔서 그곳을 지나가게 하신다. 광야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열린 창이다. 마침내 하나님이 당신의 관심을 얻으신다. 의지할 이가 그분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도 오랫동안 자주 하나님께 부르짖으니 당신과 하나님 사이에 통로가 열리기 시작한다”며 ‘광야가 최고의 희망이 된다’고 답한다.
저자는 이밖에 ‘어린아이처럼 기도하라’, ‘아버지와 대화하기를 배우라’, ‘무력해지기를 배우라’, ‘다시 신뢰하기를 배우라’, ‘구하기가 왜 그리 어려운가’, ‘모든 필요를 시시콜콜 구하라’, ‘일상 속에서 기도하라’ 등의 해법을 제시한다.
#일상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