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성균관 재단 '40억 국고 사기' 봐주기 수사 논란

사건·사고
편집부 기자

검찰이 성균관 재단의 국고보조금 사기 혐의 수사과정에서 비리 사실을 확인하고도 사실상 처벌을 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조기룡)는 천안 유림 문화연수원 건립사업 명목으로 정부에 허위 서류를 제출해 국고보조금 40억원을 부당 지원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입건한 성균관 재단의 조인선 이사장 등 4명에 대해 최근 기소유예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성균관은 지난 2000년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 50억원과 자부담금 20억원 등 총 70억원을 투입해 천안 유림문화원 건립을 추진했다.

총 공사비만 95억여원에 달했다. 하지만 재단 내부의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누적되면서 공사는 착공 3년 만에 중단된 채 표류했다.

조 이사장은 성균관의 오랜 숙원사업인 유림문화원을 완공하기 위해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에 공사대금 명목으로 국고보조금을 신청했다. 문광부는 국고 40억원을 지원하는 대신 성균관 재단이 자부담금 40억원을 마련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조 이사장을 비롯한 김모 사무처장, 안모 사무부처장, 류모 운영실장 등 4명은 재단 차원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자 지난해 12월초 한 사채업자로부터 단기차입 형식으로 40억원을 끌어 썼다. 이자만 수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균관 내부에서 사채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자 문광부는 재단이 마련한 유림문화원 완공공사 자부담금 조성 경위와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토록 했다.

이에 조 이사장 등은 성균관 유림 20여명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한 사람당 사재 수천만원~수억원씩 헌성한 것처럼 임의로 잔고증명서 등 관련서류를 꾸며 문광부에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

문광부는 그러나 별다른 의심 없이 서류심사만으로 천안 유림문화원 건립자금 명목으로 국고보조금 40억원을 지난해 12월말 지원했다. 국고보조금을 불법으로 지원받은 것이다.

성균관 재단은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정부가 요구하는 공개입찰 방식 대신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잡음이 일었다.

문광부는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입찰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시공업체를 선정토록 했지만, 성균관 재단은 이를 무시하고 지난 4월말 건설업체 2곳을 임의로 선정했다.

당초 성균관 재단은 Y토건과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해오다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K건설을 시공사로 선정, 이중계약이 논란이 일자 두 업체 모두 공사에 참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올해 2월 이 같은 비리 의혹을 제기한 진정을 접수했다.

경찰은 성균관 재단으로부터 국고보조금 지급신청 관련 서류, 재단 이사회 회의록, 유림문화원 완공공사 자부담금 조성 내역 등을 제출받아 5개월여 동안 집중적으로 수사한 결과, 조 이사장 등 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7월 경찰로부터 제출받은 수사기록과 재단 간부들에 대한 계좌추적 및 재단 공금 입출금내역 등의 자료를 검토하며 3개월여간 보강 수사를 벌였다.

조 이사장과 다른 임원들은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모두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검찰은 피의자의 대부분이 국고를 환수한 점, 고령인데다 건강이 좋지 않은 사정 등을 고려해 구속수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신 조 이사장 등 재단 간부들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법리검토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기소유예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과 사정 등을 참작해 처벌의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될 때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으로 형사처벌을 면해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성균관 종단을 의식해 재단의 재정 비리에 눈을 감은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없지 않다. 성역으로 여겨지는 종교계를 지나치게 의식한 검찰 수뇌부의 부담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40억원을 전액 회수했기 때문에 국가에는 실질적으로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며 "문광부에 허위 서류를 제출한 혐의는 수사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광부는 검·경이 수사에 착수하자 성균관에 지원한 국고보조금을 전액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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