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남처럼 대하고 있지 않은가...교회가 그들 껴안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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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신학
오상아 기자
saoh@cdaily.co.kr
한국기독교학회 제43차 정기학술대회, 한국선교신학회 조은식 박사 발제
▲조은식 박사   ©숭실대

[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같은 민족이지만 전혀 다른 남한 사회에 넘어와 여러가지로 어려움을 겪으며 살고 있는 탈북자를 껴안는 몫을 정부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교회가 나서 지역별 탈북자 지원정책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달 31일~11월 1일 온양관광온천에서 개최된 한국기독교학회 제43차 정기학술대회에서 한국선교신학회 조은식 박사(숭실대학교 교목)는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통합을 통한 평화 만들기'를 주제로 발제했다.

조은식 박사는 "집 나갔던 동생(눅 11:25-32)이 집에 다시 오듯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들어오고 있다. 사실 탈북자들이 갑자기 대량으로 발생하던 1990년대 초 남한주민들은 탈북자들을 식량난에 허덕이는 동포라는 동정심과 북한에서 왔다는 호기심으로 바라보며 호감을 갖고 긍정적으로 탈북자들을 보았다"며 "그러다 탈북자들의 수가 증가하며 호기심이 점점 사라지고 관심이 무관심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탈북자 관련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며 탈북자에 대해 배타적 의심 등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우리도 이 비유에 나타난 큰아들처럼 동생의 귀환을 반기지 않고 꺼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생을 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남처럼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으며 "그렇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탈북자 현황을 소개하며 그는 "현재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2만6천명이 넘었고, 남자 중심의 탈북자가 여자 중심으로 바뀌어 여자 탈북자가 전체 평균 70%를 차지하고 있다"며 "연령은 2~30대가 가장 많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전체 탈북자 수의 16%이상이 되고, 5~60대도 약 10%에 이른다. 이것은 개별탈북에서 가족탈북 또는 기획탈북으로 변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 가운데는 부모없이 탈북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한 "탈북자들의 남한에서 경제활동 참가율이 50%가 넘고 고용율도 50%가 넘지만 그렇다고 남한사회에 잘 적응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필자가 봉직하는 학교에는 탈북대학생들이 약20명 가량 재학하고 있어 이들을 만나 대화도 하고 교제하고 있는데, 이들의 남한사회 적응상태나 삶의 태도 또한 모두 다른 것을 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탈북자 가운데 평양에서 거주하다 온 사람이나 고위층에 있다가 온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 사이의 삶의 모습의 다름은 남한에서의 빈부격차 만큼이나 큰 것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같이 남한에 왔는가 아니면 혼자 왔는가 하는 것도 남한 사회 적응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가족과 같이 온 경우에도 어머니와 같이 왔는가 아니면 아버지와 같이 왔는가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진다"며 "북한에서 함께 온 가족과 같이 거주하는 탈북자들이 혼자 사는 탈북자보다 생활만족도가 높다. 아울러 적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조 박사는 "탈북자들은 자신들이 정치적 이유이든 경제적 이유이든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으로 온 것에 대한 사회적 보상과 지원을 기대한다. 동시에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남한출신 주민들과 동일한 국민으로서 평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강한 인식이 있다"며 "그러면서 탈북자들은 남한정부가 지원을 해 주지만 무엇인가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아울러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국민인데 그런 사회적 대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받는 것을 일종의 권리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런 심리적 이중성은 사회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그런 태도는 스스로를 수동적으로 만들고 의존적으로 만들어 버린다"며 "분명한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응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남한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탈북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립하려는 의지이다"고 했다. 조 박사는 "남한사회의 자본주의 체제는 가만히 있는데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 스스로 노력하고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이런 현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탈북자들에게는 10~20년 이상 습성이 되어버린 삶의 스타일을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율적이며 자발적인 태도로 자립하려고 할 때 적응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변화와 정체성 혼란에 관해 언급하며 "탈북자들은 북한이라는 사회에서 살다가 남한에 왔으나 서로 상반된 체제로 인해 북한사람도 남한사람도 아닌 채 혼란을 겪게 된다. 어떤 면에서는 북한사람이면서 동시에 남한사람인 이중성으로 인해 혼란을 겪기도 한다"며 "이들은 태어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민이었으나, 남한에 들어 온 이후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에 대한 소속감이나 정서적 친근감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과 스스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과는 별개라는 것이다"며 "탈북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지만 탈북자라는 신분 때문에 남한사회에 속하는 것 같지 않고, 국민으로서 평등하게 대우를 받지도 못하는 것 같으며, 왠지 소외되는 느낌이 들며 주변화를 경험하며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제3국에서의 무국적자 생활에 대한 여파가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는데 복잡하게 작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족을 떠나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왔다는 사실이 외로움을 증폭시키고 가족을 떠나왔다는 자책감에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잔류 가족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또 국적을 버렸다는 또는 조국을 떠나왔다는 (또는 배반했다는) 자책감을 갖기도 하고, 고향으로의 귀환 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기도 한다"며 탈북자들이 겪는 '이중감정 속에 혼란과 갈등'을 말했다.

이외 실질적으로 "탈북과정에서 은신, 체포, 고문, 탈출 등의 극단적 상황을 경험한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불안장애등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또 남한에 입국하여 낯선 사회에서 문화충격과 더불어 소외감을 느끼며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사회적 소수자가 되는 것에 대해 자존감의 손상을 입기도 한다. 심리적, 정서적 문제들은 신체적 질병을 야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므로 탈북자들은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소극적 교류에서 적극적 교류를 통해 깊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며 "아울러 긍정적 지지그룹을 형성하여 사회적 교류 확대를 통해 적응유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고 요청했다.

또한 조 박사는 "탈북자들 가운데 전문직이나 관리직 그리고 사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고, 단순 노동직이나 단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가 일용직이나 임시직 등 불안정한 고용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경제적으로 미자립 상태의 탈북자들이 많고, 그러다보니 저소득층의 탈북자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수 만큼이나 실직상태에 있는 탈북자들도 있다.이들은 정부에서 지급되는 정착지원금과 기초생활보장급여에 의존하고 있고 일부는 교회 등 종교기간과 민간단체의 생활지원금에 의존하여 생활하기도 한다"며 "또 지원제도에는 취업을 안하는 것이 취업하는 것보다 유리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있어, 어떤 경우에는 정규직에 취업하기보다 5년간 지급되는 지원금으로 생계보조를 받으며 비정규적인 수입으로 살기도 한다. 따라서 생계비 지급이 취업 보류라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도록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자들은 과거 북한에서의 직업경력이 인정되지 않는 불이익에 불만을 토로한다. 이들에게는 취업에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연결망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 극히 제한적이다. 또한 취업에 필요한 학력과 직업능력 그리고 자격증 등이 부족하다"며 "특히 구직과정과 직장생활에서 중국동포보다도 경쟁력이나 사회적응력이 떨어져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조 박사는 "중국동포는 악착같이 생활하는 생활력이 있어 적응이 빠르고 생존능력도 있다. 반면 탈북자들은 남한의 직장문화에 거부감을 갖기도 하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직장생활 자체에 대한 적응도 느리고, 업무에 대해 수동적이며, 기대치만 높다. 이런 이유로 취업이 되더라도 오래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조기 퇴직을 하기도 한다"며 "따라서 고용주들은 탈북자들의 고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일을 경험하며 탈북자들은 자신들의 부적응성보다는 남한주민들의 편견과 배타성을 지적한다. 그리고는 스스로 자존감의 상실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여기에 대한 반향으로 탈북자들은 그들의 신분을 감추고 때로는 중국동포 행세를 하기도 한다"며 "남한사회 적응과 통합을 위해 탈북자들은 직장에서 느끼는 구조적, 문화적, 일상적 차별이 부당한 대우인지, 아니면 남한 직장문화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생긴 오해로 인한 갈등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아울러 작업의 능률과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기업주나 동료 직장인의 입장이 어떤 것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조 박사는 "이들의 남한사회 적응과 한국사회에의 통합을 위해 이들보다 먼저 온 탈북자들의 정착경험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비슷한 입장의 탈북자들이 실제 적응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나눔으로 인해 공감을 얻고 현실적인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도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 수 있을 정도가 되고, 심리적으로는 안정감을 갖고, 문화적 차이를 수용하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소속감을 갖게 되면 남한사회 통합이 이루어진 것이고 남한사회에 정착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남한 사람들의 인식변화의 필요성도 언급하며 "탈북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한주민들은 탈북자들이 정부지원을 기대하며 그 지원을 당연시한다고 불만이다. 또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게으르고, 불평이 많다고 지적한다. 또 자존심만 내세운다고 비판한다"며 "이런 사회적 편견 상태에서는 조화도 공존도 어렵다.그렇다면 통일이 되어서는 어떻게 같이 살 수 있을까? 마치 서독 주민이 동독 주민을 2등 시민 취급하듯 그렇게 안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어쩌면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더 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렇다면 통일이 되어도 그것은 통일이 아니다. 형식적이고 제도적인 통일이 될지는 몰라도 실제적인 통일은 아니라는 말이다"며 "탈북자들이 남한에 살고 있지만 이들이 남한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소외되거나 배척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공존이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공존이 될 수 있으나 실제적인 공존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통합되어 남한 국민으로 또 지역사회 주민으로 살기 위해서는 남한주민과 탈북자 모두 서로를 인정하는 자세가 일차적으로 요구된다"며 "상호차이를 줄이려는 제도로서의 지원정책은 대체로 체계가 잡혀가지만 지역사회에서의 교류와 융화는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남북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남북교류를 하듯 남한주민들과 탈북자들의 교류가 증진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하나원에서 사회적응교육 12주를 마친 탈북자들은 지역사회에 편입되면서 거주지 보호단계에 들어간다. 하나원의 교육만으로는 탈북자들의 남한사회 적응을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탈북자들이 지역사회에 편입되었을 때 하나센터가 이들의 초기정착 지원을 맡게 된다. 또 민간자원봉사자와 연계하여 정착 도우미제가 운영된다"며 "문제는 민간단체들의 참여가 증대되고 있지만 재정능력 결여로 역할과 성과에 제한이 있고, 정부와의 협력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형식적인 지도 관리에 치중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지역별 탈북자 지원정책에 참여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교회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탈북자들을 외면하지 말고 이들을 이웃으로 껴안고 자립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며 "물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선교를 지양하고 사랑을 나누는 마음선교가 절실히 요청된다. 아울러 지역 문화행사에 참여를 독려하고 대화의 장을 만들어 이들의 어려움을 듣고 도움을 주며 사회적 지지체계가 구성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제안했다.

조 박사는 "이들의 남한사회 적응은 통일 이후 사회통합을 준비하는 귀한 자료가 된다. 이들은 통일 후 남북 주민들이 함께 살게 되었을 때 서로 얼마나 잘 적응하며 살 수 있을지를 예측하게 해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고, 남북한 사회통합의 효과를 미리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소규모 예비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며 "또 이들은 '향후 통일시대에 사회통합에 기여할 계층'이고, '통일대비 전문 인력으로 육성하여 향후 남북 사회통합 과정에서 남북주민들의 융합 및 가교역할을 수행'할 사람들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독교인들이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일이 기독교인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교회는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이웃의 탈북자들을 품는 사역을 해야 할 것이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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