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지난 1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째다. 아직도 실종자 9명은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월호 참사는 잊혀지고 있다. 현재 팽목항에는 몇몇 종교단체의 기도소와 의료지원을 위한 민간단체가 있을 뿐이다. 현재 실종자 가족들과 잠수부들의 물품을 지원하는 곳은 진도군기독교연합회가 유일하다. 팽목항에는 세월호 참사 시작부터 함께하고 있는 진도군기독교연합회 목회자들이 지키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최근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회의 공식 활동에 앞서, 현재 활동 중인 진도군기독교연합회 조원식 목사(진도 신진교회)를 만나 현장 상황을 파악했다. 인터뷰는 NCCK 홍보실 강석훈 부장이 진행했다.
■현재 팽목항 상황은 어떻습니까.
7월 20일 이후로는 지원 활동이 끊어졌어요. 관심이 줄어든 만큼 지원도 줄었죠. 현재 남아 있는 건 진도군기독교연합회 밖에 없어요. 저희도 지원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제가 속한 교단에 어려움을 이야기했더니 3천만 원을 지원해줬어요. 거기에 개별 교회들이 후원해 줘서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게 됐습니다.
■남아 있는 가족과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팽목항에는 실종자 가족이 9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진도군기독교연합회는 이들 가족과 남아있는 봉사자 그리고 잠수부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잠수부들도 지원하나요. 하루에 얼마나 지원이 되는 거죠.
실종자 가족들과 봉사자 그리고 잠수부들까지 대략 500명의 부식과 생활용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고 초기보다는 줄었지만 많을 때와 적을 때 평균해서 대략 하루에 100만 원 정도의 부식과 생활용품이 소요됩니다.
잠수부들의 작업하는데 밥만 먹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수온도 낮고, 물살도 일정치 않아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식 거리가 지원돼야 합니다. 그런데 해경은 사정이 아주 안 좋아서 현재 물품을 요구하지도 못하고, 위해서 요구하면 준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상황도 그렇고 명령 체계 안에서 그렇게 마음대로 요구할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 우리에게 물품을 타가는 거죠. 교회에서 지원하는 물자가 없으면 물만 먹고 일할 수밖에 없는 거죠. 현재 정기적으로 물품이 들어가는 것은 교회 지원밖에 없습니다. 매일 9시에서 9시 30분경에 바지선에 물품이 들어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과 지금 지원 상황은 어떻습니까.
한 달간 정신없이 울고, 분노하고, 실종자 가족들과 있다 보니 벌써 5개월이 지났습니다. 가족들의 슬픔이야 비할 것이 없지만 여기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많은 건이 사실입니다. 진도기독교연합회장의 경우 패혈증으로 고생하기도 했고요.
가족들이야 말할 것이 없지요. 한쪽은 분노로 자신을 태우고 또 다른 한쪽은 바닷가에서 울다 감정이 북받쳐 바다로 들어가고 이걸 또 119 구조대가 건져 내는 걸 반복했죠. 지금은 좀 정리가 되었지만 참 힘든 상황입니다.
저희는 4번 이사를 했죠. 처음보다는 지금 컨테이너도 설치하고 지낼만합니다. 팽목항은 현재 교회 쪽만 물자지원을 하고 있고, 체육관 쪽은 다른 단체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워요. 적십자가 철수하고 지금은 소위 교회가 말하는 이단 종교 단체가 들어와서 식사를 제공합니다.
400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한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쉽지는 않으니 섣불리 우리 쪽에서 할 수도 없는 것이고, 현재는 팽목항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어떻습니까.
초기처럼 극단적인 것들이 줄어들었지만 불안해하는 것은 여전하지요. 7월 20일부터는 자원봉사나 방문이 뚝 끊어져 버렸어요. 남아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서운한 게 사실이죠. 특별법 주장하시는 희생자 가족들이 부러울 지경이죠.
외부에서는 이제 수색도 어느 정도 끝났으니 인양해야 하지 않나 하시는데,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 수색이 안된 곳이 못한 곳보다 많다고 합니다. 짐과 흙더미 때문에 그렇고, 잠수사들 이야기로도 일본에서 배를 가져오면서 증설한 격실들이 무너지고 있다고 해요.
가족들은 수거된 핸드폰에서 복원된 마지막 순간을 현장과 대조해서 그 장소를 계속 수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만 아무튼 가족들은 아직 찾아보지 못한 곳이 많기에 포기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바람이 불어 작업을 못 하게 되면 가족들의 얼굴이 변합니다. 그리고 오후 5시간 넘으면 또 한숨을 쉬게 되고요. 안타깝고 마음 아프죠.
현장 브리핑은 하루에 두 번 합니다. 오전 10시쯤에 진도구청에서 브리핑을 하고, 오후 5시에 팽목항에서 브리핑을 하죠. 범대본에서 한쪽으로 가족들을 합하고 싶어 하지만 가족들은 팽목항 한곳으로 모일 경우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사건이 축소되어 잊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크고요.
■현장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쉬운 점은 초기에 '트라우마 치료' 등 많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중요한 것은 다른게 아니라 가족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해주는 것이었어요.
사실 천주교 수녀님들이 이 일을 했어요. 밖에서 보면 사실 크게 하는 일이 없는데...손잡아 주고 미사 드려주고 하는 것밖에 없지요. 물품도 필요하면 우리 것 가져다 주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참 필요한 일이더군요. 우리에게도 영적으로 필요한 것 채워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고 권사님들도 많이 참여하셨지만, 장기적으로 기도하고 말씀을 전하고 손을 잡아줄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어요.
교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왔지요. 이름을 말하면 다 알만한 보수기독단체 대표가 와서는 큰 곤욕을 치루기도 했죠. 사실 헤프닝이긴 한데. 공무원처럼 양복입고 그렇게 와서 가족들에게 오해를 받아 다툼이 있기도 해죠.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진도와 안산교회연합 사이의 공조가 초기부터 잘 안됐다는 것이죠. 일 예로 안산 교회연합에서 실종자 가족 명단을 주었으면 어느 가정이 교인인줄 알았을 거에요. 물론 교인이든 아니든 돕는 것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교인인줄 알면 찾아가서 예배도 그리고 기도해줬을 거에요. 하지만 그렇게 못해죠. 한참이 지나서 가족 중에 권사님 집사님이 계신줄 알았죠. 그분들도 자신이 교인이라는 것을 들어내기가 이런저런 이유로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현재 3가정 정도가 교인인데 가까워져서야 알 수 있었죠.
■진도군기독교연합회는 어떤 역할입니까.
글쎄요. 한국교회가 이번 참사에 일을 많이 했어요. 일한 것에 비해 드러나지 않은 것도 많고 워낙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 인식이 좋지 않아서 무엇을 해도 욕을 하지만 많은 도움을 줬어요. 진도군연합회는 이런 한국교회의 다리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