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가 다녀간 후, 늦었지만 이에 대한 평가와 한국교회의 개혁과제는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회장 채수일 교수, 이하 협의회)가 동 주제로 심포지엄을 마련한 것. 31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정배 교수(감신대)는 "교회 복음화 없이 세상의 복음화 없다"(프란시스코 교종 방한의 개신교적 응답)란 주제로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이정배 교수는 '교황'을 '교종'이라 칭했는데,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은 황제가 아니니 교황이라고 부르지 말고, 교종이라고 호칭하라는 것에서 비롯됐다. 이 교수는 "교종의 방한과 그가 쓴 '복음과 기쁨'은 기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우리 사회에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종교뿐 아니라 정치적 파급력을 지닌 교종의 대중적 친근성, 공감의 힘은 이 땅의 사람들에게 종교 차를 넘어 희망이 됐고 마음에 큰 울림이 됐다"고 평했다.

이어 이 교수는 "흔히 복음을 인류를 위해 기쁜 소식, 기쁜 소리라 하나 교종의 인물됨과 그가 적은 책자를 통해 복음이 정말 인간, 인류를 위해 기쁜 소식인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아직 이론이고 우리 교계의 실상은 아닌 듯 하다"면서 "물론 교종께서 보이신 언행, 삶의 태도를 통해 복음이 기쁜 것임을 가늠했겠으나 가톨릭/개신교를 막론하고 교계 현실은 그 기쁨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수직적 구조를 존속시키려 하고 저마다 큰 자 되기를 염원하며 여전히 성장을 최고 가치로 삼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교종의 방한과 그가 준 '복음의 기쁨' 메시지는 가톨릭 교회의 것만도 개신교에게만 던져진 것도 아닌 공히 우리들 모두의 것이 되었다"고 말하고, "이제 남은 것은 우리들 간의 선의의 경쟁뿐"이라며 "어느 교단이 복음의 기쁨을 옳게 전하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라 했다.

더불어 그는 "함께 노력하여 '세월호' 처럼 자본주의화된 교회를 구출해 내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어느덧 교회가 '세월호' 같이 부실해졌고, 그처럼 변한 그곳에 성직자들이 '가만히 있으라' 말할 경우 의당 뛰어 내려야만 할 것"이라며 "교인들은 물론 이 나라 백성들 모두 침몰 위기 앞에 놓였는데, 이제 교회부터 더 이상 '세월호' 같은 방주로 존재하기를 스스로 거부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이정배 교수는 "교회가 먼저 달라져야 세상은 우릴 보고 희망이 있다 할 것"이라고 말하고, "한없이 가난한 교회, 체제 밖 사유(하느님 나라)를 통해 체제 유지적인 자본주의를 넘는 길에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회가 함께 힘을 합해야 옳다"며 "서로가 너무도 다른 종교가 되지 않아야 하겠기 때문"이라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세월호를 우리 시대를 위한 여실한 징표이자 표증으로 삼고 세월호 진실을 위해 더 한층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망각하려는 자와 기억하려는 이들 간의 싸움에서 지지 않아야 우리의 미래가 희망일 수 있다"며 "일상을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린 유족들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끝까지 그들 곁에 서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기억이 실종되면 약속도 없다는 것이 성서의 가르침"이라고 강조하고, "교종 방한이 세월호 참사와 중첩된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 이후 기독교 교회가 자신의 향방을 급격하게 재설정치 못한다면 복음의 지속화는 물론 새로운 복음화는 한국 사회에 영원히 구현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더불어 "'가난해 져라, 또 가난해 저라'는 교종의 말씀은 지금 한국교회가 경청해야 할 세미한 소리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행사에서는 이정배 교수의 발표 외에도 이제민 신부(명례성지)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후 천주교의 변화"를 발표했으며, 각각의 논찬은 김은규 교수(성공회대)와 신정훈 교수(가톨릭대)가 맡아 수고했다.

행사 전 채수일 회장(한신대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교황의 이번 방한이 특별히 주목 받았던 이유는 즉위 후 보여주고 행동한 파격적인 모습이 가톨릭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전 인류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줬기 때문"이라고 평하고, "한국 개신교는 교황 방한이 이미 마이너스 성장으로 들어선 한국개신교 신자들의 이탈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고 들었다"며 "교황 방한은 한국 개신교에게만 아니라 한국 종교계 전체에 큰 도전을 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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