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한국비폭력센터(NVC) 초청으로 방한한 도미니크 바터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회복적 서클의 원리와 효과, 사례를 소개했다.
회복적 서클은 갈등 당사자뿐만 아니라 공동체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갈등 해결을 위해 '경청'의 원리가 주된 방법으로 사용됐다.
영국 출신의 브라질 사회활동가 도미닉 바터는 사회 갈등 치유 프로그램인 '회복적 서클(Restorative Circles)'의 창시자다.
"회복적 서클이 다른 대화와 구별되는 점은 경청입니다. 보통 함께 말할때 한 사람이 말하고 다음 또 다른 한 사람이 말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것은 독백의 연속에 지나지 않지요. 회복적 서클은 진짜 대화를 합니다."
회복적 서클에서의 대화는 한 사람이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이 충분히 들었는가를 확인하고 넘어가는 방식이다. 개인 혹은 한 그룹이 전체 대화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다. 또, 모든 사람이 자신의 속 마음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경청은 대부분의 영적 공동체에서 강조하는 대화 방식이다. 하지만 도미닉 바터의 회복적 서클이 주목받는 이유는 실제 사회 갈등 현장에서 놀라운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바터씨가 활동하던 예수상이 올려다보이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촌도 현장 중 하나다. 기자 간담회에서 보여 준 동영상 속에선 총을 든 마약갱단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이 골목 골목을 누볐다. 갱단에 소속된 청소년이나 이를 저지하는 경찰이나 어느 쪽에서 건 먼저 총을 쏘아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갈등과 폭력 사례 400건 중 93%가 회복적 서클을 통해 당사자들의 동의와 만족으로 해결됐습니다. 2008년 캠피나스 교구 학교에서는 71건의 학교 폭력으로 학생 체포와 법정 소환이 일어났지만 회복적 서클이 도입되면서 2009년 단 1건의 체포가 일어났습니다."
브라질에서의 놀라운 효과는 현재 세계 26개국으로 퍼졌다. 유엔개발계획(UNDP)과 유네스코 등도 회원 국에게 도입할 것을 적극 권고할 정도로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한국에도 2012년 소개된 후 교육과 사법 현장을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다.
회복적 서클을 갈등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비폭력평화물결의 박성룡 대표는 "처음 프로그램을 배우고 00중학교에 적용해 봤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약 3년 동안 20건의 갈등 사건에 프로그램을 적용했고, 이중 3건을 제외한 17건에 대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놀라운 효과였다. 특히 적용에 있어서도 전문가뿐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현장과 우리 사회 갈등 해결은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복적 서클은 강원지방경찰청과 경기도교육청 등을 중심으로 시행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고 경기도의 경우 메뉴얼을 만들어 각 학교에 소개하고 있다. 기자간담회 전인 27일에는 서울 가정법원에서 법조인들에게 회복적 서클의 원리와 효과,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바터는 "저도 어쩔 때 놀라운 효과에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회복적 서클은 가장 폭력적인 그룹을 대상으로 만든 모델"이라며 "범죄는 대화 실패의 결과다. 처벌과 배제가 아닌 진정한 대화가 인간관계의 회복하고 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효과적인 길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