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 대한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들은 금융계열사인데다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최대주주인 계열사여서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대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28일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 측은 금융감독 당국에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인수와 관련한 법적 검토 등을 요청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 지분 인수에 대한 법적 검토를 요청했다"며 "이 전 부회장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지분 취득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및 삼성화재 소수 지분 인수을 승인할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6월 말 기준 보유하던 삼성자산운용 지분 7.7%를 삼성생명에 넘기고 252억원의 현금을 확보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0.1%씩 취득하려고 금융당국에 승인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 삼성자산운용의 인수·합병(M&A) 등의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지분을 취득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생명.화재 지분 0.1%를 취득하게 되면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오르게 된다. 이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취득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시장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 부회장이 아버지인 이 회장의 삼성생명 최대주주 자리를 이어받기 위해 사전 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삼성생명의 지분을 일부 보유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오르면 나중에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는 데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6월말 기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0.76%)이 최대주주며, 삼성에버랜드(19.34%), 삼성문화재단(4.68%), 삼성생명공익재단(2.18%)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삼성생명 14.98%, 삼성문화재단 3.06%, 삼성복지재단 0.36% 등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현재 구도에서 굳이 이들 지분을 사들일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금융 계열사는 삼성이 지배하기에 안정적인 지분구조를 갖고 있어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된다. 금융지주회사를 만들 필요도 없다"며 "이 부회장으로선 삼성생명·삼성화재 지분을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향후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이건희 회장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바뀌는 지분 변화가 만에 하나 생긴다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를 받으며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행동에 나선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