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기독일보·선교신문 기자]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 북한선교를 위해 한인디아스포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세계교회와 함께 다자적(多者的)인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복음화와 통일운동, 통전적 선교 등 다각적 노력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7일 오후 1시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 1층 국제회의장에서 장신대 남북한평화신학연구소가 주최하고 예장통합총회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가 후원하는 '제1회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통일과 북한선교를 위한 국제포럼'이 열렸다.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통일, 북한선교를 위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역할과 협력 방안'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한국교회와 해외한인교회, 세계교회가 남북한 평화통일과 북한선교를 위해 각각의 역할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목적으로 준비됐다. 첫 포럼은 러시아교회와 한국교회의 협력을 논의했으나, 앞으로 규모를 해외한인교회와 세계교회로 넓힐 계획이다.
남북한평화신학연구소 소장 안교성 장신대 교수는 "북한선교와 남북한평화통일은 당사자인 남북한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와 나아가서 세계적인 문제"라며 "여러 제약이 많지만 포기하거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만큼, 포럼을 통해 북한선교와 남북한평화통일의 작은 물꼬를 터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러시아교회와 한국교회를 중심으로 소규모로 출발하지만, 장차 한국교회, 해외한인교회 및 세계교회를 아우르는 대회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 위원장 박희종 대봉교회 목사도 개회예배 설교에서 "오늘 포럼이 평화통일과 북한선교를 위해 관련된 이들이 함께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는 아름다운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예장통합 전 총회장 손달익 서문교회 목사가 '북한선교에 대한 교단의 입장과 세계교회와의 협력 방안', 김영동 장신대 선교신학 교수가 '북한선교에 대한 일 고찰', 교단 소속 정균오 러시아 선교사가 '북한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 미국 대표 아담 코커(Adam Coker) 선교사, 러시아교회 대표 등이 각각 발제했다.
■ 통합교단, 통전적 북한선교 실행
손달익 목사는 이날 북한선교를 위한 예장통합 교단의 노력과 세계교회와의 연대, 협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특히 "2004년 채택한 '본 교단 총회 북한 선교의 기본입장'에서 평화통일과 통일선교를 위한 교단 기본정책의 강조점은 남북한의 화해, 복음화, 인도주의적 지원, 비핵화 또는 전쟁예방, 세계교회와의 협력 강화 등 다섯 가지였다"며 "이념적으로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통전적으로 평화 통일과 복음구원을 하는 것을 핵심으로 담았다"고 말했다.
북한선교를 위한 교단의 노력으로 그는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며 대화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 등을 해왔다"며 "특히 교회지원사업, 인도주의적 지원사업, 농업개발지원사업 등 세 가지 채널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또 도잔소회의(1984), 글리온회의(1986, 1988), WCC 부산총회(2013)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세계교회와의 협력을 소개한 후, 앞으로도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선교를 위한 국제적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교회의 진일보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협력을 아끼지 않던 각종 국제기구들(WCC, WARC-NEAAC, CCA 등)의 협력 강화 방안 ▲선교 동역 관계가 체결된 형제 교단(PCUSA, EKD URC, EKD, 북미, 스코틀랜드 교회, 프랑스 개신교연합 등)과의 협력을 얻는 방법 ▲전 세계 한인디아스포라 교회를 참여시키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손 목사는 특히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들은 우리보다 대북 접근이 용이하고, 시민권자들의 방북도 상대적으로 쉽다"며 "이들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북한에서 좀 더 체계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북한선교는 복음화와 평화 통일의 문제까지 연결되는 본질적 특성을 지닌다"며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의 협력과 대화도 매우 중요하지만, 비 조그련계 기독교인들의 실재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살피는 등 북한선교를 할 때 다양한 얼굴을 가져야 하고, 많은 희생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외형적 노력과 함께 북한선교를 위한 기도운동을 구체화하고 평화교육을 실시하는 등 내부적 영적 사역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여 통합총회가 주창하는 북한선교는 통전적 북한선교"라고 역설했다.
■ 통전적 북한선교 이뤄져야
장신대 세계선교대학원 원장 김영동 교수는 이날 "북한선교는 남한교회만의 문제 아니고, 이 시대 전 세계교회의 문제이자 하나님의 문제"라며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교회들이 함께 북한선교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자간 선교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공산치하에서의 러시아 교회의 존재양식, 생존, 개방 이후 중국교회의 존재와 자립에 대한 연구는 통일 이후 북한교회의 변화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북한선교 현황과 접근방식을 ▲전도 또는 복음화 ▲통일운동 ▲탈북자 중심 ▲통전적 선교 ▲동반자(파트너)와 함께하는 북한선교 등 5가지로 정리하여 소개했다. 그는 이어 "독일 통일 과정에서도 보듯이 통일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 통일 이전과 통일 과정, 통일 이후의 심리적, 문화적, 사회적 통일까지 수 십 년 동안 계속 이뤄진다"며 "북한선교와 통일운동은 상호 관련성 아래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독일 통일 이전에 독일교회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는데, 장벽이 무너지고 나서 교회가 오히려 무력해진 것을 보았다"며 "통일 이전의 한국교회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는 "통일을 위한 중요한 바로미터"라고 강조한 김 교수는 "이들이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하고, 북한 가족을 도우며, 통일 후 사회, 문화 통합에 중요한 에이전트(대리인)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선교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영동 교수는 한인디아스포라 교회가 이미 북한사역에 관심을 갖고 많은 활동을 하지만 사역이 제각각이고 고립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선교를 좀 더 통전적으로 보고, 전도활동뿐 아니라 러시아교회와 연합, 일치하며 통전적으로 북한선교를 생각해야 한다"며 "북한 평화통일과 선교를 위한 세계교회기구, NGO 등과의 동반자 협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닫힌 나라' 북한, 러시아엔 열려 있어
아담 코커 선교사는 이날 '이러한 때를 위하여: 아시아의 현재 지정학적 분위기와 러시아복음주의기독침례연합회의 선교적 발전, 그리고 동아시아 복음사역을 위한 이것들의 합의'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러시아와 동북아시아 정세, 러시아 복음주의의 선교적 발전이 북한 복음화에 시사하는 기회 등을 소개했다.
코커 선교사는 "러시아는 국가 수준에서 동아시아의 중국, 남북한과의 정치, 경제적 참여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러시아 복음주의 신자들과 교회, 교단은 해외선교에 대한 부름에 응답하기 시작했다"며 "이 두 가지 사실은 러시아가 북한에 복음을 전하는 데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명백한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는 동북아시아에서 몽골, 중국과 함께 남북한 두 나라에 대사관을 둔 3국 중 하나"라며 "라손경제특구, 러시아 건설현장의 북한 노동자들, 관광, 북한 내 러시아 비즈니스(주유소, 자동차 수출 등) 발전, 북한 학생들의 러시아어 공부 등이 북한 복음사역을 위한 기회이자 연결점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코커 선교사는 "지금은 러시아 기독 실업인, 교사, 관광객들이 이런 기회를 이용해 북한에 영향을 끼치고, 북한에 있는 동안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할 때"라며 "이 닫힌 나라의 문은 러시아인에겐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 통일보다 앞서야 할 '북한복음화'
정균오 선교사는 이날 "한국과 한국교회는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 러시아와 러시아교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한다면, 21세기 한국의 경제적 성장은 물론 한반도 평화와 화해, 북한선교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상호보완적 동반자'로 협력하여 한반도 평화와 화해, 북한선교를 시도하는 패러다임을 제시한 근거로는 ▲한국과 러시아의 상호보완적 관계(영토분쟁, 민족 갈등, 역사적 불신 적음, 이해득실상 한반도 평화 통일에 대해 주변 4강 중 가장 우호적, 경제구조와 지정학적 측면에서 상호보완적) ▲북한과 러시아의 우호적 관계 ▲러시아의 문화를 닮은 북한문화(정치, 경제, 사회, 교육, 군사 등)를 들었다.
또 러시아교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74년간 공산주의 경험 ▲선교지향적 교회(최근 국내 복음화뿐 아니라 세계선교에 헌신 시작) ▲세계선교를 감당할 시기(개방, 개혁 이후 안정적으로 성장한 러시아 교회가 세계선교 사명에 눈 뜸) 등을 들었다. 그는 "이미 공산주의의 허구를 알고 있고 이슬람과 긴밀한 러시아가 이슬람과 공산권 선교에 헌신할 때가 되었다"며 "특히 다른 어떤 교회보다 북한교회를 깊이 이해하며 협력할 수 있는 러시아교회와 함께 북한선교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북한선교를 위한 방안으로 '북한에 대한 사랑, 기도, 만남과 교류, 북한백성의 고통에 동참, 북한의 필요에 동참, 북한교회와 협력' 등을 들었다. 그는 특히 "북한은 과학기술발전을 위해 공헌할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러시아의 기초과학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러시아교회와 한국교회가 북한백성의 삶을 향상하게 할 기초과학 분야 기술자를 양성하는데 공헌할 것"을 제안했다. 또 경제, 교육, 문화, 의료,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교회와 협력하여 공식적, 공개적 방법으로 북한선교가 이뤄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북한선교는 북한교회가 감당하도록 주도권을 주고, 북한교회와 함께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선교사는 "북한선교를 러시아선교처럼 해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 개방 후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는 고난과 핍박을 통해 굳은 신앙을 가진 러시아교회를 무시한 채 일방적 선교를 진행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선교는 러시아교회가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는 "북한선교도 북한교회가 감당할 때 가장 아름다운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한국교회, 러시아교회, 세계교회는 지하교인 등 북한교회를 존중하고 연대하여 북한교회를 재건, 개척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선교사는 "북한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고, 상당히 긴 시간을 지나며 무너질 것"이라며 "러시아처럼 경제 문제로 문을 열게 될 것인데, 통일여건 성숙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 "통일보다 앞서야 할 것은 바로 북한복음화"라며 "소련 말기, 러시아 초기와 같이 북한이 배급제 붕괴, 시장경제로 인한 이념공백과 혼란에 휩싸이게 될 때 복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러시아교회 대표로 나선 현지인 목사는 '소련 체제 하에서의 교회 경험으로 볼 때 북한선교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전체주의 체제 하에서의 북한선교는 지하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며 "전체주의 체제가 바뀌고, 남한과의 통일만이 선교를 가능하게 하며 이를 위해 금식하며 기도하는 이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선교사의 개인적인 삶의 모습과 사람들과의 개인적 관계를 통해 그리스도를 전할 것, 사회활동, 자선활동을 통한 방안 등을 제안했다.
얼마 전 북한을 방문한 그는 또 "북한이 소련 시절과는 완전히 질적으로 다른 상황인 것을 확신했다"며 "우리에겐 교회도 있었고, 성경을 가질 권리도 있었고, 복종의 시대였지만 노예 의식으로 살지는 않았고, 망가지고 파괴되지는 않았던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북한은 오직 생존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산다"며 이데올로기 문제, 폐쇄성, 단일민족, 부족한 자원과 가난한 민중 등 북한의 어려움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대한 제안으로 ①기도(각계 각층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을 위해, 북한 밖에 나가서 사는 사람들이 복음에 관심을 갖도록, 북한과 더불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남한에 있는 사람들이 북한의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잘 받아줄 수 있도록, 러시아의 북한 내 여러 프로젝트사업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도록) ②국가 기관에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을 거두는 것 ③북한 주민들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남한 주민들에게 계속 설명하고 알리기(소책자, 기사, 영상 등) ④대다수 사람이 파괴된 심리와 아주 높은 경계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 ⑤북한 사람들의 사고의 최종적 전환은 다음 세대에야 가능하다는 것에 우리를 맞추기 ⑥국경이 열릴 경우 소비와 물가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며, 이는 남한의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