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새 것을 잡으려면 먼저 쥐고 있던 것을 놓아야 합니다. 빈손이 되었을 때에만 다른 것을 가질 수 있습니다. 먼저 익숙한 것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에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비워야 하고, 생각을 놓아야 하고, 습관을 떠나야 합니다. 말은 쉬운데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변화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옛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보면, 새 가정을 이루려는 자는 먼저 부모의 가정을 떠나야 한다고 말합니다(창2:24). 이제 더 이상 철부지 아들이나 딸이 아님을 선언해야 책임있는 남편과 아내로 거듭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미련이나 잔재를 남기고서 새롭게 산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난 것은 과감하게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새로운 삶을 영유할 수 있습니다. 비울 수 있는 만큼만 새롭게 살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전도사로 섬길 때, 청년회장을 하던 자매를 만났습니다. 이제는 제법 중년의 티가 납니다. 성격도 좋고, 외모도 출중해서 잘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혼을 하고 혼자 살고 있답니다. 이유를 물으니 남편이 마마보이(mama's boy)였다고 합니다.
남편은 껍데기일 뿐이고, 모든 일들을 시어머니가 직접 결정해 줍니다. 마치 공산당 앞잡이처럼, 모든 일들을 시시콜콜, 속속들이 시어머니에게 보고했다고 합니다. 헤어진 지 이미 십년이 지났건만, 지금도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그 자매는 치를 떨며 머리도리질을 쳤습니다. 완전히 떠나지 못해서 그런 비극적인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헤르만헤세(Hermann Hesse)의 <데미안>(Demian)에 보면, 젊은 시절에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너무도 유명한 구절이 등장합니다. 방황하던 싱클레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데미안이 준 쪽지에 써진 글입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새롭게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새롭게 태어나려면 먼저 자기를 가두고 있는 알을 깨야 합니다. 자신의 세계를 깨는 사람만이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습니다. 한번쯤은 깊이 되새겨 볼 말입니다.
글ㅣ김세환 목사(LA한인연합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