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여권이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사퇴로 술렁이고 있다. 100일을 갓 넘은 김무성 체제 새누리당에 첫번째 풍랑이라는 분석이다.
23일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이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국회의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지연 등에 대한 반성을 최고위원 사퇴 이유라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 법안만 제발 좀 통과시켜 달라, 골든타임이라고 애절하게 말했다"며 "그런데 국회에서 어떻게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오히려 국회는 개헌이 골든타임이라고 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염장을 뿌렸고, 가슴이 많이 아프실 것"이라며 "오죽했으면 국회가 의무를 못했다고 세비 반납을 해야 한다고 대통령이 해서는 안될 말까지 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또한 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정기국회에 계류된 경제활성화법안은 직을 걸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헌에 대해서도 김 최고위원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이 일이 되기 위해선 이번 정기국회 때 반드시 경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경제활성화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개헌 문제도 완전히 물건너 간다는 것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김 최고위원의 돌발 행동에 당내 파장이 불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7.14 전당대회서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다음으로 3위를 기록하며 비주류의 한계를 극복한 전력이 있어, 그의 사퇴는 새누리당 집단지도체제의 균열의 시작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지도부를 흔들만한 정치적 이슈가 없는데다 김 대표와 각축전을 벌였던 서 최고위원도 김 최고위원의 행동을 "개인적인 돌출행동"으로 보고있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청갈등설이 불고 있는 와중에 김 최고위원이 개헌과 경제민주화 등 민감한 이슈를 던진 터여서 오히려 친박계와의 교감 속 계산된 행동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도 개헌론에 민감해하는 박 대통령의 입장과 대비되는 것이어서 그의 행동을 두고 여권내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실제로 김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과의 교감에 대해 "그러면 내가 사이비다"는 말로 강하게 부인했다. 때문에 김 최고위원이 이러한 행보를 통해 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강화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4일 새누리당 최고지도부는 김 최고위원에 대한 사퇴 만류에 주력하는 가운데 당 내부 균열 막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편, 김 최고위원 사퇴가 확정되면 한 달 이내 새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접수 절차를 거쳐 1천명 이내로 구성된 전국위원회 보궐선거를 통해 새 최고위원이 선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