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3일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투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였다. 이들은 이들 기관의 정권 맞춤형 투자를 집중 추궁하면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이러한 형태의 투자로 인한 거액의 손실을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은 "수출입은행은 MB정권의 녹색성장과 자원개발 시책에 따라 투자했던 탄소펀드와 자원개발펀드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정부 주도 펀드에 대한 투자액 339억원 중 102억원이 손실로 처리됐고, 탄소펀드는 투자한 지 5년이 지났지만 -66% 손실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녹색산업이나 창조경제 등 박근혜 정부의 시책에 따라가는 신규 펀드 투자를 계획 중"이라며 "정부 사업 실패로 수은이 손실을 입으면 부실을 막기 위해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 시책을 따를게 아니라 사업성을 확실히 평가해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수은이 무리하게 정권 맞춤형 펀드에 투자한 탓에 대규모 손실을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출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 지원이라는 정책 금융의 역할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오제세 의원은 "수은은 2009년부터 글로벌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선정기업의 34.8%는 매출이 하락했다"며 "체계적인 육성기업 관리를 위해 평가 및 지원 체계를 개선하고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해 수은의 단기대출 집행액은 36조9794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70%를 차지했다"며 "중장기 수출금융에 집중해야 할 정책금융기관이 단기금융 위주로 운영하며 저리 대출로 일반 상업은행과 부당한 경쟁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재위는 이날 오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출석 문제를 놓고 파행을 빚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안 사장은 기관증인인 만큼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재위 차원에서 사퇴결의안을 채택한 상황에서 안 사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 결국 기재위는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한때 회의가 정회됐지만 야당의 양보로 국감이 정상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