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윤근일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종전 연 2.25%에서 2.00%로 인하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사상 최저 기준금리와 동일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15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8월 2.50%에서 2.25%로 내리고서 2달만에 다시 인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연 2.0%는 사상 최저 금리다.
이번 금리 인하는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 조정해야 할 만큼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데다가 유로존의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는 등 대외 악재도 심각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은 "수출 호조가 지속되지만 내수 회복이 미흡하고, 경제 주체들의 투자와 소비 심리가 부진해 금리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내수활성화 등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한국은행도 정책 공조를 위해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는 경기 회복세가 미진하자 기존에 발표한 41조원의 정책자금 패키지 중 연내 집행액을 26조원에서 31조원으로 5조원 이상 늘려 내수 활성화에 나서기로 지난 8일 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한 바 있다.
특히 국내 경제지표의 회복세가 미약하고 세계 경기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에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소비자물가가 낮게 유지되고 있어 물가 불안이 없는 만큼 돈을 푸는 정책을 쓰기 나쁘지 않은 상황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는 취임 이후 시장과의 소통, 국민 신뢰를 강조해온 이주열 총재의 최근 발언 기조와는 다소 맞지않는 결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이 총재는 최근 국정감사와 미국 출장 기간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가 이미 작년말 1천조원을 훌쩍 넘어서고 새 경제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최근 그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조짐도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성장 논리에 밀려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증권시장에서도 한국은행이 경기 회복을 위한 정부 정책에 화답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대내·외 경제여건이 나쁜 데 따른 선제적 대응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은 파급 효과를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