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과 검열 논란이 커지자 다음카카오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이용자 정보보호를 최우선으로 삼는 방안을 발표했다.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안도 발표해 이용자 신뢰회복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석우(48)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최근 불거진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대해 "7일부터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7일 이후에도 감청영장과 관련해 접수가 됐지만, 더 이상 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다음카카오는 수사기간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이용자에게 어떠한 통지 없이 카카오톡에서 오갔던 3~7일 대화 내용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의 불안감은 확산, 외부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떠나는 '사이버 망명'이 잇따랐다.
이 대표는 "이제까지 (수사당국 요청에 응하는 게)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협조해왔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유저들의 준엄한 꾸짖음을 듣고 반성하게 됐다"며 "유저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비난, 서운함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프라이버시를 더욱 강화하고 법적인 처벌이 따르더라도 더 이상 감청영장은 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청영장 집행에 부응하는 결정에 대해) 수사기관과 상의하지 않았다"며 "법률 관련 규정보다는 프라이버시를 더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는 제공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거듭 설명했다. 이어 "공무집행방해 등 법률적으로 위반 행위라고 하더라도 대표이사인 내가 결정했기 때문에 그 벌을 내가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 대표는 "인터넷기업협회나 인터넷 기업들도 법에 대한 문제, 유저 프라이버시 문제, 기술적 조치 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업체들과 함께 지혜로운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는 영장 집행 과정에서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절차와 현황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로 꾸린 정보보호자문위원회를 구성, 검증받을 계획이다. 또 감청영장을 제외한 통신자료(전화번호·ID·닉네임), 통신사실확인자료(로그기록·IP), 압수수색영장 등에 있어서는 해당 이용자에게 통지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 예정이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일반영장을 가져와서 대화내용을 청구해도 저장기간이 2~3일로 짧으므로 대부분 메시지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라고 못 박았다. 감청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의 정보가 넘어갔을 경우에는 "관련유관 기관, 전문가들의 협의를 거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정보제공 현황을 다룬 투명성 보고서는 연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카오는 대화내용의 서버 저장기간을 2~3일로 단축해으며, 프라이버시 모드를 위해 단말기에 암호화키를 저장하는 '종단간 암호화'를 도입한다. 1:1 대화방은 연내, 그룹방은 내년 1분기내, PC 버전은 내년 2분기 내에 지원한다. 수신 확인된 메시지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 기능은 내년 3분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2~3일로 가면 현실적으로 대화내용이 남아있지 않는 상태로 영장에 응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며 "프라이버시 모드를 사용하는 경우 서버에 보관되는 메시지조차 다 암호화돼서 풀 수 없고, 대화 당사자만 풀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고 알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보안을 철저히 하고 관련법 제도를 따르는 것만으로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하고 있다고 자만했다. 불안한 마음을 더 깨닫지 못하고 최근 상황까지 이른 것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 대표는 수사당국이 요청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에 대해서 "일반화 시켜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생활 관련, 현정권 비난 내용이 있냐는 질문에는 "영장 집행 이후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