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라이베리아에서 의료사역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된 미국 선교사가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제구호단체 사마리아인의지갑(Samaritan's Purse) 소속의 켄트 브랜틀리(Kent Brantly) 선교사는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환자들을 돌보다가 지난 8월 초 감염 증세를 보여 미국으로 이송된 후 2주간의 격리치료를 받고 회복됐다.
그는 최근 텍사스 주 에빌린기독교대학교(ACU)에 연사로 초청되어 서아프리카 현지에 구호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해 전했다.
브랜틀리 선교사는 먼저 8일(현지시간) 라이베리아 출신의 에볼라 환자인 토마스 에릭 던컨이 댈러스에서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그와 그의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으며, "내가 아직 살아있음에 놀라움을 느낀다. 댈러스에서의 이 사건을 둘러싸고 많은 이들이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브랜틀리 선교사는 "모두가 생각하듯 에볼라는 심각한 질병이 맞다. 특히 감염자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이다. 모든 환자들은 스스로를 감시해야 하고 보건당국과 협력해야 하며, 이러한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힘든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랜틀리 선교사는 "하지만 건강한 우리는 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두려움이 있지만 서아프리카를 돕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랜틀리 선교사는 자신을 포함해 의료사역을 펼치다 에볼라에 감염되어 귀국한 선교사들에 대해 일부에서 비판이 쏟아졌던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가 미국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고 나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던 사람들도 있다"며, "그러나 이들이 나라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았다면 그런 말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랜틀리 선교사는 "에볼라 사태에 대해서 많은 언론 보도들을 여러분은 접하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상황은 이런 보도들이 말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이제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생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다. 하나님께서는 내 생명을 구해주셨고, 또 놀라운 사람들과 놀라운 상황들을 통해 사람들을 구하고 계신다"고 브랜틀리 선교사는 힘주어 말했다.
앞서 브랜틀리 선교사는 치료 중에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는 교인들에게 편지를 써서 감사를 표하며, "에볼라에 감염된 것을 알았을 때 나를 찾아온 것은 두려움이 아닌 평안이었다"고 간증하기도 했다. "양성 반응이 나왔던 그 순간 내가 느꼈던 매우 깊은 평안함을 아직 기억한다. 그것은 모든 이해를 넘어선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지난 오랜 세월 동안 내게 주셨던 가르침을 떠오르게 하셨다. 내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주신다는 가르침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한편, 12일 유엔 데이비드 나바로 에볼라 특사는 3개월 안에 바이러스가 통제될 수 있다는 전망을 밝혔다. 그는 에볼라 감염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 병에 대한 지역 사회의 높아진 각성이 바이러스가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현재까지 에볼라는 확진 사례가 8,300여 건에 이른 가운데 최소한 4,03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4,024명이 기니, 라이베리아 및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 집중되어 있으며, 나이지리아, 세네갈, 스페인, 미국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