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종엽 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2일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잘못된 구조조정으로 한국이 현재 저성장과 경제 정체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서울 연세대 대우관에서 '자신만만하게 세계를 품자'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외환위기 때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하라는 대로 하고, 외환위기의 원인을 기업에 돌리는 등 잘못된 구조조정을 시행했다"며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저성장과 고용의 질 저하, 기업의 투자의욕 상실 등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근원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연세대 상경대학 창립 100주년 기념 특강'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로 마련된 이번 강연에서 김 전 회장은 지금의 저성장과 경제 정체 등을 극복하고,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0년을 앞을 내다보는 강한 제조업 기반 ▲크고 안정된 해외 시장 확보 ▲세계 일원으로 당당히 활동할 수 있는 자신감 등 3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어렵더라도 20년 앞을 내다보고 (제조업을) 키워나가려는 의지와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우조선의 경우 10년 넘게 힘든 시기를 보낸 끝에 90년대 기회를 잡고 21세기 들어 세계 최고에 올라서게 됐다"며 "대부분의 제조업 투자는 장기간에 걸쳐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안정된 기반을 확립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 활동에 필요한 크고 안정된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경제개발 시대에 우리는 (해외시장 개척)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세계 10대 교역국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야 한다"며 "개척한 시장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고,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협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크고 안정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이 이뤄지면 우리는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의 동북 3성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며 "이 지역을 합치면 3억의 인구가 되고,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내수 시장처럼 확보하게 돼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 결코 뒤지지 않는 규모의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내 경공업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중국 동북3성 지역에 남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산업단지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전 회장은 세계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자신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꼭 선진국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가 없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창조적으로 접근하면, 그들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답게 선진국이 돼야지 선진국을 따라가기만 하면 계속 뒤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베트남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3700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성과를 쌓고 있는 것을 감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중소기업이 과감히 해외로 나가 규모의 경제를 토대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독일의 '보쉬'나 일본의 '교세라'와 같은 세계적인 전문기업이 생겨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우리나라에 1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강한 중견기업 100개 이상이 생겨나면, 우리 경제가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