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증세 없이 버틸 때까지 버틴다"

관훈토론회서 밝혀..경제살리는게 정부의 자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기독일보 김종엽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증세 문제에 대해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입 증대를 통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토론회에서 '증세 없는 복지가 어렵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려야 할 시점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증세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현재 시행하기로 한 복지 제도가 성숙되면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인 것은 사실이고 재정수지도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경제가 경상성장률 6% 정도만 유지할 수 있으면 세수 부족 문제 등을 감당하면서 버틸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경제를 살려내려는 게 정부의 당연한 자세"라며 "하다 하다 안되면 그때는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세금을) 더 낼 부분에 대해 물어야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경제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를 통해 경제가 살아나다가 소비세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 경제가 살아날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증세를 하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며 "지금은 증세를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증세가 불가피할 경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묻자 "일반론적으로 얘기하면 최근에 우리나라 세수가 상당히 직접세 위주로 많이 가 있다"며 "과거에는 간접세 위주여서 소득 역진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구조가 많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법인세나 소득세와 같은 직접세보다는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 인상 쪽에 무게를 둔 셈이다.

그는 또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과표구간을 확대해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42% 정도 되는 국민이 소득세를 한푼도 안 내고 있다"며 "세율은 조금 낮추면서 골고루 부담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담뱃값 인상 등이 실질적인 증세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담뱃값 인상은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추진하는 조치"라며 "담배로 증가하는 세수보다 흡연 예방·치료와 안전 분야에 더 많이 지출하게 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에 대해서는 "주민세는 22년 전 그대로여서 실질 부담이 5분의 1로 줄어들었고 자동차세도 10년 정도 안 올린 상황"이라며 "이런 세금은 그때 그때 물가 상황 등을 봐서 현실화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확대 재정 정책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에 대해서는 "경상성장률을 6%로 올리는 것이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면서 돈을 안 쓰면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세수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경제가 살아날 때까지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라도 과감하게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공무원연금 등 4대 특수직역연금의 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부총리는 "지금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적자만 4조원 가까이 나고 있다"며 "적자액이 시간이 갈수록 개선되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이 부분을 그냥 가져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이해당사자간 극심한 이해 다툼이 예상된다"며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하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4분기 경기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최 부총리는 "재정보강 패키지와 확장적 예산 편성 등으로 부동산시장과 내수가 살아나면 4분기부터는 1%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렇게 보면 (실질성장률) 4% 성장 경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돌파구가 서비스업에 있지만 서비스업 활성화에 진전은 별로 없었다"며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건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서 돈을 벌자는 것인데 '의료 민영화'니 '의료 영리화'니 한다"며 "왜 이 문제가 이념적인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 부총리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임금 근로자의 3분의 1인 600만명이 비정규직이다. 정년이 60세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누가 정규직을 뽑으려고 하겠냐"며 "이런 부분을 해결하려면 노사정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사가 '제로섬'게임을 해서는 타협이 안 된다"며 "보틀넥(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패키지 협상안을 갖고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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