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입학전형과 전학시기 등 기존 학교장이 보유한 권한을 교육감 권한으로 바꾸는 법개정을 추진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 교육청의 이 같은 계획은 관련 규정 강화를 통해 지역 인재들의 자사고 쏠림 사태를 막는 동시에 일반고 출신 우수 학생들의 무분별한 자사고 전학에도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청은 일반고 학생들의 자사고 전학 시기를 교육감이 정히도록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중이다. 현재 고등학교 전학은 학교장의 권한이고 특수목적고등학교만 교육감이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우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9조'에 따르면 고등학교의 장은 교육과정의 이수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고등학교 간의 전학 또는 편입학을 허가할 수 있다. 전학의 권한이 교육감이 아닌 학교장에게 있는 셈이다. 교육청은 이를 통해 현재 횟수 제한이 없는 자사고 전입학을 한 학기에 한 차례로 제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앞서 2011년 일정 시기로 제한돼 있는 자사고 전입을 시·도 교육감 승인 없이 자사고가 수시로 전·편입학을 시행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교육청은 이를 다시 제한하자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가 일반고의 우수한 학생들의 전학을 수시로 받아주다보니 일반고 학생이 자사고로 전학을 많이 간다"며 "일반고 우수 학생들이 자사고로 빠져나가면서 다른 학생들도 동요하는 등 일반고의 슬럼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 교육청의 이번 법개정 추진을 둘러싸고 '교육자치에 역행하는 법 개정' 이라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이 그동안 교육부의 '자사고 살리기'정책에 대해 "교육자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비판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중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청은 또 현재 1.5배 추첨과 면접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자사고 학생선발을 성적제한 없이 100% 추점을 통해 선발하도록 입학전형을 바꾼다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입학전형 변경이 가능한 근거로 '서울시 자사고의 입학전형을 두 가지 방법으로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교육부령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들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서울시 자사고는 해당학교에 지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추첨에 의한 방법과 추첨, 자기소개서, 중학교의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 실험·실습이나 실기고사 또는 면접 등을 결합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입학전형을 실시할 수 있다. 자사고를 성적제한 없이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은 학교가 우수 학생을 뽑지 못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자사고를 축소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더군다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일반고나 다름없는 학교에 3배나 많은 등록금을 내고 자녀를 보낼 근거도 사라진다. 이 때문에 자사고 교장들의 반대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교육부는 최근 자사고 등의 지정 취소 권한에 대해 '교육부와 협의'라는 조항을 '교육부의 동의'로 바꾸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 교육감의 권한을 교육부 장관으로 바꿔 '자사고 지키기'에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학생선발을 100% 추첨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고,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양측간 충돌도 예상된다. 특히 '교육자치'를 강조했던 조연희 서울시 교육감이 학교장의 권한을 교육감의 권한으로 바꾸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자신도 교육자치에 역행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물론 교육자치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자사고가 블랙홀처럼 인근 일반고의 우수한 학생들을 데려가는 것이 교육적으로 균형적 발전이 우려되는 부분인 만큼 이를 막아보겠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는 원래 2015학년도부터 자사고를 모두 추첨으로 전환시키는 등 자사고를 사실상 폐지하려고 했는데 이를 막겠다는 것은 진보교육감이 공약을 지키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으로 밖에는 생각이 안든다"며 "서울시교육청 역시 학교장의 권한을 교육감으로 바꾸려고 하는 등 시대 흐름과 역행하는 정책을 펼쳐 학교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상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