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이 받으신 인간 존엄성·인권 침해, 지금까지 치유되지 않는 심신의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1일 오후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 나이 지긋한 일본인 목사 세 명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8)·길원옥(86) 할머니 앞에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이같이 진심어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날 열린 제1천146차 수요집회를 찾은 시다 토시츠구(75) 목사를 비롯한 한일교회협의회 소속 일본 원로 목사들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사죄하기 위해 직접 작성해 온 사과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이들은 할머니들에게 "비록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한 경험을 하신 여성들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면서 사죄하려는 일본인들도 있다"면서 "일본 대사관이 셔터를 내리고 귀를 막고 있다 해도 수요집회는 일본 정부와 일본인의 마음에 압력이 되고 있으며 언젠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김복동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를 받아들이는 의미로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나비' 배지를 목사들의 옷깃에 직접 달아주고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이 나쁘지만 일본 국민이 나쁜 건 아니다"라며 "일본에 돌아가면 아베에게 망언을 하지 말라고 말해주면 좋겠고 일본 국민이 위안부 문제를 더 많이 알게 돼 우리 할매들이 죽기 전에 원한을 풀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본 목사 일행은 함께 수요집회를 찾으려 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오지 못한 동료 무토 키요시(88) 목사의 사과문도 전달했다.
일본군에 17세 때 자원입대해 자폭 특공대원으로 복무했던 무토 목사는 사과문에서 "천황에게 혈서를 썼던 '특공대원'이자 여러분을 괴롭힌 세력의 최전선에 섰던 사람으로서 전력으로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과거 일본의 폭력을 용서해달라"고 사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