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천적' 북한에 덜미를 잡혀 2014인천아시안게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9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대회 여자축구 준결승에서 후반 48분 허은별에게 역전골을 내주며 1-2로 졌다.
한국 여자축구는 안방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렸다. 하지만 '공북증'(恐北症)을 이겨내지 못했다.
한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준결승에서도 북한과 맞붙었다. 당시 1-3으로 완패했다.
4년 만의 재대결에서 설욕을 노렸지만 북한은 강했다. 2회 연속으로 고배를 들었다. 1990년 베이징대회(0-7 패), 2002년 부산대회(0-2 패), 2006년 도하대회(1-4 패)까지 포함하면 아시안게임에서만 북한에 5연패를 당했다.
북한과의 상대전적은 1승1무13패가 됐다. 한국이 북한을 이긴 것은 9년 전인 2005년 8월 전주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1-0 승리가 유일하다.
한국은 다음달 1일 오후 5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베트남과 동메달결정전을 치른다. 베트남은 준결승에서 일본에 0-3으로 패했다.
부산대회와 도하대회에서 2회 연속 아시아 정상에 오른 북한은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결승전은 다음달 1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윤 감독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과 정설빈(현대제철)을 최전방에 내세운 4-4-2 전형으로 북한의 골문을 공략했다.
김광민 감독이 지휘하는 북한 역시 위정심과 라은심의 발끝을 믿는 4-4-2 전형으로 맞불을 놓았다.
경기 초반 북한이 일방적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좌우 측면을 이용한 공격으로 한국의 골문을 수차례 위협했다.
실속은 한국이 챙겼다. 전반 12분 페널티지역과 상당히 먼 지역에서 얻은 프리킥을 정설빈이 그림 같은 무회전 중거리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공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바람에 북한의 홍명희 골키퍼도 손을 쓰지 못했다.
실점했지만 북한은 흐름을 빼앗기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의 강도를 더 높였다.
전반 21분 센터서클 부근부터 개인 드리블 돌파로 한국 수비수들을 따돌린 위정심은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골대를 강타했다.
전반 23분에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공을 잡은 전명화가 재빨리 슛을 때렸으나 공이 오른쪽 골대에 맞고 튕겨 나갔다. 한국 입장에서는 '골대 행운'이었다.
힘겹게 버티던 한국의 수비벽이 허물어졌다. 전반 36분 오른쪽 측면에서 위정심이 찔러 넣은 땅볼 크로스를 쇄도하던 리예경이 발로 살짝 건드리며 동점골을 터뜨렸다.
파상공세를 퍼붓던 북한은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한국은 발이 무뎌진 북한을 상대로 유리한 경기를 펼쳤다. 후반 44분에는 지소연이 중거리슛으로 골대를 맞히기도 했다.
전광판 시계가 멈춘 후반 추가시간 승부가 갈렸다. 한국이 고개를 떨궜다.
한국은 후반 48분 임선주(현대제철)가 한 헤딩 백패스를 김정미(현대제철) 골키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후방에서 침투한 허은별이 결승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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