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소방방재청으로 제출받은 '교량 사고 유형별 구조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자살시도가 가장 많은 다리는 마포대교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마포대교는 지난 2012년 서울시와 삼성생명이 자살자가 많은 이 다리를 탈바꿈하기 위해 일명 '생명의 다리'로 조성한 곳이어서 주목된다. 마포대교를 지나다 보면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조명이 들어오면서 난간에 새겨진 메시지가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밥은 먹었어?", "요즘 바빠?", "무슨 고민있어?"라는 단어가 나온다. 더 걷다보면 "가슴이 먹먹할때 어때요? 노래 한번 불러보는거",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며 위안이 되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삼성생명 '생명의 다리' 캠페인은 세계 최초로 시도한 쌍방향 스토리텔링으로 칸 광고제에서 티타늄1, 금2, 은2, 동4 등 총 9개의 본상을 수상하며 단일 캠페인으로 국내 최다 칸 수상 기록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이런 의미를 부여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부른다고 지적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 죽기 직전에도 자기 죽음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름 있는 장소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명의 다리' 조성 이후 마포대교 투신시도자 수를 보면 지난해 마포대교에서 발생한 투신시도 건수인 총 93건이었다. 이는 생명의 다리가 설치됐던 해인 2012년의 15건보다 6배 이상 늘은 수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03명으로 해가 거듭할수록 자살 시도자 수가 늘고 있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미국의 금문교나 영국의 에드워드 다리 등도 자살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면서 "마포대교도 역시 지방에서부터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 올라온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자살에 대해서는 언론이나 방송보도, 캠페인 등에 대해 신중해야한다"면서 "좋은 목적으로 캠페인을 했지만 자살 예방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과론적으로 투신이 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투신시도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미비된 점도 지적사항중 하나다. 외국의 경우는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그물망을 설치하거나 유리벽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중·고등학생도 다리 난관을 넘을 정도로 난관이 낮고, 예산 등의 이유로 그물망 설치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생명의 다리' 기획사는 단순히 캠페인을 통해 자살이 늘어났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생명의 전화나 생명의 다리에 적힌 문구를 통해 자살 예방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진선미 의원은 "자살예방순찰과 CC(폐쇄회로)TV설치 및 SOS생명의전화 등 다양한 자살 예방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교량에서의 자살사고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교량에서 자살시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펜스와 그물망 설치 등 자살방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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