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세계 성공회 교회의 영적 지도자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자신 역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최근 브리스톨 대성당을 방문해 교인들에게 연설하면서, "가끔 나는 '하나님이 계실까'라든지 '하나님은 어디에 계실까'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며고 밝혔다. 또 "얼마 전에는 기도하면서 '하나님 당신이 정말 계시다면'이라는 말로 끝을 맺은 적이 있다. 이는 캔터베리 대주교가 할 말은 아닐 것이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대주교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 안의 의심을 하나님의 변함없는 신실하심과 대조했다. "신앙을 하는 사람들 안에도 의심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의심할 때도 여전히 신실하게 우리를 대하신다"고 밝혔다. 그는 신앙인 안의 의심하는 마음은 시편에도 잘 드러나 있다며, 특히 시편 88편을 그 예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대주교는 의심을 통해서 우리가 깨닫는 것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임을 강조하면서, "기독교인이라서 좋은 점은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신실하지 못한 순간조차도 언제나 신실하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주교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악한 일들에 대해 사람들이 '하나님이 계시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를 물을 때 기독교인들이 할 수 있는 답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설명할 수는 없다. 우리는 왜 고통이 있는지에 대해 답할 수 없고 왜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주교는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을 알고 있다. 우리는 예수님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다"며, "나는 내가 답할 수 없는 문제들에 답해야 할 때 언제나 그렇게 한다"고 밝혔다.
브리스톨 대성당에 모인 1천여 성공회 교인들에게 전해진 이 설교는 영국에서 큰 반향을 낳고 있다. 영국성공회측은 대주교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가 어떻게 자신 안의 의심의 문제와 싸우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웰비 대주교는 지난해 3월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에 이어 세계 성공회 교회의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의 자리에 올랐으며 성경에 충실하면서도 성공회 안의 다양한 의견들을 한 데 아우르는 균형잡힌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