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북한인권 문제는 대북정책의 하부적 의미를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일정한 원칙과 철학'에 기반해 집행될 필요가 있다고 북한인권 전문가가 제안했다.
지난 17일 개강한 북한인권정보센터 제6기 북한인권아카데미 첫 강의에서 '왜 북한인권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윤여상 소장은 "북한인권 문제와 남북 관계는 상호영향을 받고 있다. 남북관계가 발전되면 북한 인권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북한인권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 질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인권 문제가 남북관계의 핵심적 사안이 되거나, 남북관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획기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북한인권 정책은 대북정책, 통일전략과 통일방안, 그리고 한국 인권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북한인권 문제는 독립적인 정책영역이라기보다는 대북정책과 통일전략의 하부개념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 정책은 '인권과 인도주의' 관점에서 대북정책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정한 원칙과 철학에 기반하여 수립되고 집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북한인권 문제는 UN과 유럽연합(EU)과 미국, 그리고 일본 등 주요 국가와 국내외 NGO들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유엔 인권이사회(과거 유엔 인권위원회)와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결의안 채택,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 제정은 북한인권문제의 국제적 이슈화의 중요한 산물이다"며 이를 통해 그전까지 인권문제에 무관심했던 북한이 국제인권 레짐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형법과 헌법을 개정하는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 대한 일정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와 같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활동은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 제고, 이슈 제공,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립과 같은 제도화 촉진, 국제형사재판소 가능성 제고, 실질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및 인권기술협력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그에 비해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 개선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으나, 유엔 대북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 것 이상의 노력은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국제인권 레짐은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을 위해서 역량을 집중하고 역할을 분담하여, 북한사회에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인권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목표수준, 접근방법, 정책수단, 그리고 정책적 우선순위를 포함하는 전체적인 로드맵이 실천 전략차원에서 설계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기본 전제를 제시했다.
첫째는 보편적 가치로서 지속적 해결 의지 공표로, 북한인권 문제의 중요성과 해결의지를 국내외에 지속적으로 공포함으로써 한국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북한과 국제사회에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관련 법률의 제정과 정비, 전담기구 설립 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는 국제사회의 인권레짐과 공조체제 확립이다. 그는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와 공조체제를 확고히 함으로써 한국정부의 인권의식을 국제사회에 공고히 하고, 북한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는 효과를 제고시킬 수 있다"며 "유엔총회와 유엔인권이사회, 그리고 유엔 산하기관과 국제인권단체에서 '북한인권결의안' 등이 상정될 경우 찬성하고, 이들 기관의 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셋째는 긴급성과 희생자 규모를 고려한 접근이다. 윤 소장은 "북한인권 문제는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인권개선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긴급성과 희생자 규모를 기준으로 정치범수용소, 아사자, 구금시설 개선 등을 우선적 정 책대상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넷째는 북한에 대한 유인요인 강화로,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북측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안전보장과 경제적 실익 등 '헬싱키 프로세스' 와 같은 정책 수행을 통하여 일정 수준 유인요인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윤여상 소장은 "그러나 북한 인권 개선은 북한 체제 공고화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핵 보유와 같은 체제보 장의 절대적 수준까지 유인요인으로 제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 인권문제의 과거 청산'에 관해서도 언급하며 "북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과거청산은 통일 전후과정에서 남북한 사회통합 및 북한지역 주민 상호간 통합과 협력을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며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북북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 인권침해 행위는 국제형사법, 국제인권 규약, 그리고 국제 인도법에 의하면 분명히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필요로 하는 과거청산의 적용대상이다"며 덧붙여 "국제형사재판소의 출범 이후 북한의 인권침해 행위도 부분적으로 과거청산의 대열에 포함될 수 있다는 논리가 제기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윤여상 소장은 북한인권정보센터를 소개하며 북한의 인권개선과 북한인권침해(과거사) 청산을 목표로, 북한인권침해 실태 조사, 북한인권침해 DB 구축 및 관리(북한인권기록보존소 운영), 북한인권침해 구제 및 예방, 북한인권피해자 보호와 정착 지원을 위하여 2003년 설립, 2007년에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매년 국내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북한과 입국과정에서 경험한 인권피해 사건을 심층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사해 DB화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북한인권정보센터는 15,502명의 탈북자에 대한 인권피해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외에도 탈북자들이 작성한 자필수기와 단행본, 북한에서 촬영된 필름과 판결문 및 조사기관의 심문조서 등 수천 건의 각종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인권정보센터의 「NKDB 통합인권 DB」는 2014년 9월 현재 50,858건의 북한인권 사건기록과 28,649명의 북한인권 사건 관련 인물 파일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북한인권 사건 중 (유엔의)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조사대상에 포함되는 사건은 90% 이상을 차지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