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존경하는 한국 교회 지도자 여러분, 그리고 1,200만 성도님들께 드리는 글
[기독일보] 4년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누가 봐도 혼란과 혼동이었습니다. 세상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향해 소망이 없는 말들을 쏟아내면서 해체를 부르짖고 성난 파도와 같이 달려들 때, 하나님은 폭풍의 언덕 위에 좌정하시고 사도중의 지극히 작은 자를 부르셨습니다.
다 타버린 잿더미 속에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한기총의 수장이 되어 마지막 남은 불씨 하나를 살려보려고 발버둥 치며 터를 닦고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를 올리고 벽을 회칠하며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지난 3년여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저의 뇌리와 심장에 파고듭니다. 우리는 해냈습니다. 이 모두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직 외 길, 한국 교회와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었던 시간들이 이제는 아름다운 신앙의 추억이 되어 제 인생의 한편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영원하겠지요. 인간은 쇠하여져 가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한 낱 무력한 존재일지라도, 자신의 몸을 불살라 죽은 한 알의 밀알이 수십 수백 배의 열매를 맺는 것처럼, 굳은 동토에 남겨진 하나의 불씨가 하나의 생명으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찬란한 빛으로 다시 되살아난 불꽃은 지금껏 어느 불꽃보다도 강한 성령의 불이 될 것입니다. 저는 한국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완수하고자 임기 중 사임이라는 초강수의 결단을 내렸습니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내려놓는 사임에 대해 많은 선후배들로부터 빗발치는 항의와 아쉬움의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스스로 이번 결단을 '거룩한 희생의 결단' 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저는 오히려 평소 저를 아껴주신 여러분 모두를 위로하였고, 이 시간도 저의 결단은 참으로 멋진 결단이었다고 자부하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결단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나의 하나님께 천만번 감사를 올려 드립니다.
하나님은 전도서 기자를 통해(전도서 3:1-8)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다"(6절)고 말씀하신 것처럼 제가 대표회장이 되어 한기총을 이끌어 갈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의 작품일진대, 하나님의 명령이라면 과감히 버리고 순종하여 물러서는 것도 하나님의 작품이요 명령인 줄 믿습니다.
혼란했던 한국 교계에 미천한 저를 하나님이 보내주셨다면, 이제 평화의 사령관으로 평소 온건하고 포용력이 있는 이영훈 목사님을 보내 주셨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 역사상 위대한 하나님의 종인 조용기 원로목사님의 사랑을 받고 후임으로 선출된 이영훈 목사님이 마지막 개혁의 주자로 한국 교회의 상처 난 부분들을 보듬어 더 나은 미래를 향하여 한국 교회가 성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2천만 성도의 시대를 만드는 지도자가 되도록 여러분 모두가 기도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제 한 발자국 물러나 후임 목사님의 조력자로 한국 교회를 위해 일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한국교회 지도자, 선후배 동지 여러분, 그리고 총대 여러분과 1,200만 성도 여러분, 우리 모두 한기총 제20대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님과 함께 침체된 한국 교회에 제3성령운동을 일으킬 것을 제안합니다.
끝으로, 지금까지 동고동락하며 아름다운 신앙의 추억을 함께 남겨 주신 사랑하고 존경하는 한국 교회 모든 원로 목사님들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원 및 총대 여러분, 그리고 한국교회 발전을 학수고대하며 멀리서 기도해 주신 1,200만 성도 여러분들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전하며, 사임의 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9월 16일
제18대, 19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