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예멘까지…33년 집권 무너뜨려

중동·아프리카
윤희정 기자
살레 대통령, 부통령에 권력이양…4번째 국가 수반 교체

예멘을 33년간 장기 집권했던 알리 압둘라 살레(69·Salehr) 예멘 대통령이 국내외의 사퇴 압박에 국복해 결국 권자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아랍권 위성채널 알자지라와 AFP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간) 살레 대통령이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압둘 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부통령, 압둘라 사우디 국왕 등이 참석한 가운데 권력이양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예멘 야권 대표들은 살레 대통령에 이어 권력이양안에 서명했다.

이번 서명으로 살레 대통령은 지난 1월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발발한 지 10개월 만에 튀니지 재스민 혁명으로 촉발된 '아랍의 봄'의 영향으로 권좌에서 물러나는 4번째 국가 수반이 됐다.

걸프협력이사회(GCC)의 중재안을 토대로 예멘 여·야가 합의한 이번 권력이양안에 따라 살레 대통령은 모든 권한을 압둘 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에게 넘겨야 하며, 하디 부통령은 야당 중심의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해 90일 안에 대선을 치르고 새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다만 살레 대통령은 차기 대선 이전까지 명목상의 대통령직은 유지하게 된다.

권력이양안에는 2년의 과도 기간을 갖고 국민대화를 통해 헌법 개정을 검토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부터 예멘을 방문한 자말 빈 오마르 유엔 사무총장 특사는 미국과 유럽 외교관들의 지원 아래 집권당과 야당을 중재해 전날 합의를 이끌어냈다.

살레 대통령은 철권통치 중단을 요구하는 지난 10개월간의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했으며 GCC의 중재안에 3차례나 합의해 놓고도 마지막 순간 거듭 번복해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살레 대통령이 사임 후 뉴욕에서 신병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 총장은 "살레 대통령이 뉴욕에 온다면, 기쁘게 그와 만날 것"이라며 "예멘의 긍정적인 발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합의된 권력이양안은 시위대가 반대하는 살레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분간 이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이날도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살레의 형사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서명식 직후 예멘 시위대는 반정부 시위의 거점인 사나 변화의 광장에서 이날 서명된 권력이양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예멘에서는 지난 1월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이래 최근까지 정부군의 강경 진압으로 1천5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고 아직 사태 종결까지는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길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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