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 후 1년' 연평도는 울었다

북한·통일
"견디기 힘든 아픔과 슬픔이 뼛속까지 사무칩니다"

 

'연평도는 우리에게 맡기고..'
(연평도=연합뉴스) 북한의 연평도 포격 1주기인 23일 오전 연평도 평화공원에서 열린 전사자 추모식에서 해병대원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평도가 울었다. 전날 저녁부터 간간이 내리던 비가 안개 사이로 고요한 섬을 적셨다. 물기를 머금은 섬은 1년 전의 불길을 기억했다.

포격 당시 숨진 해병대원과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연평도 포격 1주기 추모 행사'가 열린 23일 오전 연평도 평화추모공원.

영하에 가까운 추위 속에 구슬비가 간간이 내리는 가운데 포격 당시 순국한 고(故)서정우 하사와 고(故) 문광욱 일병의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고(故) 서정우 하사와 고(故) 문광욱 일병 너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들과 함께 근무했던 해병대 제9518부대 홍승표 상병은 북한이 쏜 포탄의 파편에 맞아 숨진 동료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는 추모 헌시 '사랑하는 전우야'를 낭독했다.

"그대와의 원치 않는 이별을 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이곳 연평도에는 그날의 상흔이 남은 채 또 겨울이 찾아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치 어제 일인 것처럼 그날 일이 떠올라 그대가 너무 보고 싶소."
홍 상병은 "못다 한 휴가는 잘 갔다 왔느냐"며 서 하사의 안부를 물었고 "견뎌 내기 힘든 아픔과 슬픔이 뼛속까지 사무치는구나. 그대를 지키지 못해 미안하오. 그대의 억울한 원한을 갚지 못해 미안하오."라며 울먹였다.

해병대 정복을 입고 매서운 눈매를 띈 두 희생 장병은 가로 80cm 세로 80cm 크기의 황동 재질로 된 흉상으로 이날 되살아났다.

이들은 지난 1999년과 2002년 연평해전의 전사자를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연평도 평화공원 내 '추모의 벽'에서 제2연평해전 때 전사한 해군 장병 6명과 함께 연평도와 서해를 지키게 됐다.

'당신은 자랑스러운 해병이었습니다'
(연평도=연합뉴스) 북한의 연평도 포격 1주기인 23일 오전 전사자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황동부조상이 설치된 연평도 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해병대 관계자들이 분향하고 있다.

잠시 뒤 9발의 조총 발사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울렸고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두 장병을 추모하는 묵념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조윤길 옹진군수는 추도사에서 "오늘 우리는 두 용사를 잃은 아픔을 나누기 위해 이자리에 모였다"며 "소중한 나의 조국을 지키는 데는 군인과 민간인이 따로 없고 너와 나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해병대 관사로 이동한 참석자들은 포격 당시 이 관사 신축현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민간인 희생자 고(故) 배복철와 고(故) 김치백씨의 추모비 제막식도 가졌다.

이날 제막식에 참석하기로 했던 민간인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기상 악화로 여객선 운항이 중단돼 연평도에 오지 못했다.

사고 당시 유가족 대표를 맡았던 김치백씨의 사촌동생 치중(46)씨는 전화 통화에서 "추모비 제막식에 참석을 못했지만 얘기를 들어 보니 외진 곳에 세워져 있어 군인과 민간인을 차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섭섭한 마음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벌써 1년이 지나 가족들은 대체로 안정을 찾았지만 가만히 있다가도 이런 날이 되면 가슴이 아프다"며 "죽은 사람만 불쌍할 뿐이다. 많은 분이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어느새 연평도 포격 후 1년. 그렇게 연평도는 울었다.

#연평도포격 #1주년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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