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휩쓴 '괴물 신인' 김효주(19·롯데)가 마침내 쟁쟁한 골퍼들이 버티고 있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까지 집어삼켰다.
여자 골프의 중심 LPGA 투어 무대에서 한국 여자 골프의 매운맛을 선보이며 자신의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김효주는 15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르뱅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장(파71·6453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 최종일에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 우승을 차지했다.
LPGA 비회원인 김효주는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LPGA 투어 41승을 보유한 '베테랑' 캐리 웹(40·호주)을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부분 관심은 박세리(35·KDB금융그룹)와 박인비(26·KB금융그룹) '두 전설'에 쏠려 있었다.
주위에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5개 메이저 대회 중 생애에 걸쳐 4개 우승)을 향한 마지막 퍼즐만을 남겨둔 박세리와 박인비의 대기록에 집중했다.
김효주는 그같은 팬들에게 무언의 시위라도 하듯 1라운드부터 메이저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적인 스코어로 전 세계 골프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쓸어 담은 김효주는 남녀 통틀어 메이저 대회 최소타 기록(10언더파 61타)을 세웠다.
현장에서 김효주의 활약을 지켜본 푸른 눈을 가진 골프팬들은 그제야 십대 동양 소녀의 맹활약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는 1라운드 같은 폭발적인 샷이 나오지 않자 팬들은 기존 스타에게 시선을 돌렸다.
2라운드에서는 세계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를 비롯해 4위 수잔 페테르센(33·노르웨이) 등 쟁쟁한 골퍼들이 리더보드 상위권에 버티고 있었다.
이미 올 시즌 3승을 쌓으며 KLPGA 투어를 평정한 김효주는 기죽지 않고 3라운드에서 제 흐름을 찾았다. 하루 만에 단독 선두를 되찾으며 뜨거운 우승 경쟁을 예고했다.
최종일 메이저 7승의 웹과 함께 챔피언 조로 경기를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받았지만 이또한 극복해 냈다.
웹의 맹추격 속에 16번홀에서 선두를 내주고 1타차로 끌려가던 김효주는 마지막 18번홀에서 극적으로 버디를 잡았다. 김효주의 과감한 홀 공략에 흔들린 웹은 보기를 내며 무너졌다.
6살 때 골프를 처음 시작한 김효주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될 정도로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0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아 2012년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아마추어 최강자로 군림한 김효주는 지난 2012년 '프로잡는 아마'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4월 아마추어 초청 신분으로 출전한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일본·대만 여자프로골프에서 차례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괴물 신인' 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해 10월 곧바로 프로를 선언한 김효주는 두 달 뒤인 12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프로 데뷔 최단기간(2개월11일)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남기는 등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대형 선수로 떠올랐다.
올 시즌에는 한국여자오픈(6월)·금호타이어여자오픈(7월)·한화금융클래식(7월)에서 각각 정상에 올라 KLPGA 투어 대상 포인트·상금 순위·평균 타수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명실상부한 '김효주 전성시대'를 맞은 가운데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험난한 LPGA 투어 퀄리파잉(Q) 스쿨을 거치지 않고 이듬해 LPGA 투어 시드권을 확보했다.
앞서 비회원 신분으로 메이저를 제패한 신지애(26)·유소연(24·하나금융그룹) 등과 같은 길을 걷게 된 김효주가 앞으로 써 내려갈 LPGA 투어 역사에 벌써 많은 팬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효주